[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우리끼리 대결… 편안하게 즐기는 亞챔스리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전북-서울, 28일 밤 준결승 1차전… 작년 강세였던 中 팀들 초반에 탈락
2012년후 끊긴 우승컵 되찾을 기회… 올 정규리그 대결선 전북 3전전승
그러나 토너먼트는 승부 예측불허

 ▷한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 랭킹에서 3년 연속 정상을 지키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47위로 이란(37위)과 호주(45위)에 뒤지지만, 최근 4년 동안 각 나라 클럽들의 AFC 챔피언스리그(ACL) 성적을 위주로 발표하는 AFC 랭킹에서는 부동의 1위다. 그런 한국이 지난해 ACL에서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전북, FC서울, 수원, 성남이 출전했지만 전북이 8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은 전신인 아시안클럽챔피언십을 포함해 ACL 최다 우승(10회)을 자랑하지만, 2012년 울산을 끝으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결승 무대에 오른 것은 2013년 서울이 마지막이었고, 2014년에는 서울이 4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해 부진으로 AFC 랭킹 1위 수성을 장담할 수 없었던 K리그가 3년 만에 결승 진출 팀을 배출하게 됐다. 현재 K리그 1, 2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과 서울이 ACL 4강에서 맞붙기 때문이다. 8강에서 전북은 중국의 상하이 상강을, 서울은 중국의 산둥 루넝을 격파했다. 거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광저우 헝다가 2013년과 2015년에 우승하는 등 최근 초강세를 보였던 중국은 지난해 한국처럼 8강에 만족해야 했다. 같은 나라의 클럽끼리 준결승에서 격돌하는 것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아흘리와 알 이티하드가 대결한 이후 처음이다.

 ▷전북이나 서울처럼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들은 “K리그보다 우선 순위”라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로 ACL 성적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와 중동 시장에서 모기업을 알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K리그 우승 상금이 5억 원인 현실에서 ACL의 금전적인 보상도 군침을 삼킬 만하다. 우승팀에 300만 달러(약 33억 원), 준우승팀에 150만 달러(약 16억5000만 원)의 상금을 주는 ACL에서 정상에 오르면 조별리그부터 챙긴 각종 수당 등을 포함해 최대 50억 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다.

 ▷전북과 서울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3차례 맞붙어 전북이 모두 이겼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와 달리 ‘홈 앤드 어웨이’의 2차례 대결로 승부를 가리는 ACL 토너먼트는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양축으로 이뤄진 ACL에서 주도권은 동아시아가 잡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서아시아 국가가 우승팀을 배출한 것은 한 번(2011년·카타르 알 사드)뿐이다. 전북과 서울 팬들이 아닌 다음에야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을 둔 엄마의 심정처럼 누구를 응원할지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누가 결승에 오르든 ‘40억 아시아인이 인정하지만 한국에서는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K리그가 4년 만에 아시아를 평정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두 팀의 1차전은 28일 전주에서, 2차전은 다음 달 19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아시아축구연맹(afc) 랭킹#한국#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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