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들뜬 분위기를 이어가던 두산. 사실상 남들보다 일찌감치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터라 여유가 흐른 점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방심이 과했던 탓일까.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 타이기록(91승)을 노리던 경기(27일 대전 한화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3점차 리드가 뒤집히며 우승 분위기에 찬물을 얹게 됐다.
역전패 과정이 좋지 않았다. 8-5로 앞서던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무리 홍상삼을 투입해 깔끔한 매조지를 노린 두산 김태형 감독. 그러나 대타 장운호의 타구를 수비수들이 콜 플레이 미숙으로 놓친 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됐다. 이후 홍상삼이 흔들리며 4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하고 8-7까지 쫓겼다. 결국 바뀐 투수 김성배가 오선진에게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내주자 선수들은 한동안 말없이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일단 두산은 이날 패배로 마무리 고민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지난해부터 클로저로 활약한 이현승이 시즌 중반 들어 급격한 난조를 보이며 마무리 문제가 본격화됐다. 다른 방안이 없던 두산으로선 기존 불펜투수들을 집단 마무리 체제로 돌려 급한 불을 껐다. 잇몸으로 버텨 위기를 벗어나자 구원군도 합류했다. 9월초 경찰청에서 제대한 홍상삼이었다.
홍상삼은 복귀 직후 6경기에서 5세이브 1홀드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두산의 뒷문 고민을 지워냈다. 베테랑 정재훈의 부상 회복 일정이 가닥을 잡지 못한 상황이라 두산으로선 그의 호투는 더욱 반가웠다.
그러나 홍상삼은 27일 한화전에서 입대 전 약점으로 지적됐던 제구 불안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승리까지 아웃카운트를 하나를 남겨놓고 볼넷 4개를 연거푸 내준 장면은 입대 전 가장 좋지 않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상대가 경기를 포기하려던 시점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물론 이날 패배가 부정적인 영향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충격요법을 미리 처방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이 같은 경기가 한국시리즈 1차전이나 2차전에서 나왔다고 가정하면 그 충격은 한국시리즈 내내 남을 가능성도 있다. 홍상삼의 투입 시점과 교체 타이밍도 다시 한번 고려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두산은 이제 정규리그 5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 기간 김태형 감독은 외국인투수 마이클 보우덴을 포함해 5선발 후보들인 허준혁과 안규영, 이현호의 선발등판을 예고했지만 아직 불펜진 운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두산 불펜진엔 김성배와 윤명준, 고봉재 등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는 투수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과연 두산은 남은 시즌 어떤 해법을 찾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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