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팀 컬러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심에는 부동의 4번타자 김태균(34)이 있다. 2001년 1차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해 KBO리그 14시즌을 뛰면서 3시즌을 제외하곤 매년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중심타자로서 가치를 입증했다.
그런 김태균에게도 아픔은 있다. 4번타자임에도 압도적으로 많은 홈런을 기록하지 못해 ‘똑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 것. 7차례 20개 이상의 홈런을 쳤고, 2003시즌과 2008시즌에는 31홈런을 터트렸지만, 김태균이라는 이름값이 워낙 크기에 팬들의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프로야구(지바 롯데)에서 유턴한 첫해인 2012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단 한 번도 단일시즌 20홈런을 기록하지 못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15시즌 21홈런을 치며 2008시즌 이후 처음으로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그러면서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 올 시즌에도 27일까지 전 경기(138경기)에 출장해 타율 0.360, 19홈런, 128타점을 기록하며 자기 역할을 충분히 했다. 그리고 28일 대전 두산전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해 4회 두산 선발 보우덴으로부터 1점홈런을 터트리며 2년 연속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16일 대전 롯데전에서 장종훈(현 롯데 코치)이 1992년 세운 구단 최다타점(119타점)을 넘어선 데 이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이날 경기 전 “아직 기록을 달성한 것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던 김태균이 실력으로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소속팀 한화에도 의미 있는 기록을 선물한 김태균이다.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이미 30홈런 고지(33개)를 밟은 상황. 김태균의 20홈런으로 한화는 2009시즌 이후 7년 만에 복수의 20홈런 타자를 배출했다. 그해 이범호(현 KIA)가 25개, 김태완이 23개의 홈런을 각각 터트린 이후 지난해까지 복수의 타자가 20홈런 이상 기록한 시즌은 없었다. 2010시즌 최진행이 32개의 아치를 그린 뒤 4년간은(2011~2014시즌) 단 한 명의 20홈런 타자도 배출하지 못해 자존심을 구겼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명성에 생채기가 났다. 특히 2013시즌에는 김태균의 10홈런이 팀 최다였을 정도. 그 사슬을 끊어낸 것도 2015시즌 김태균이었다.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28일까지 나란히 17개의 홈런을 기록한 정근우와 송광민도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20홈런을 노리고 있다. 만약 3명이 20홈런 고지를 밟으면 이는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그해 김태균이 31개, 김태완이 23개, 덕 클락이 2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만약 4명이 20홈런 고지를 밟는다면 이는 이범호(26개)와 제이 데이비스(24개), 김태균(23개), 이도형(22개)이 20홈런 이상을 터트린 2005년 이후 11년 만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