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 좋은 최철순 수비형 MF 투입 상대팀 중원을 전방에서 사전 차단 서울 ‘선수비-후역습’ 전술 실패로
“쉽게 생각해라. 그리 복잡하지 않다.”(전북현대 최강희 감독)
“상대가 고민이 더 많지 않겠나?”(FC서울 황선홍 감독)
전북과 서울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을 치르기 전부터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4강 대진이 ‘K리그 더비’로 확정됐을 때부터 서서히 감돌기 시작한 긴장감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제대로 불붙었다. 전북이 24일 성남FC와 클래식(1부리그) 32라운드 홈경기를 벌인 전주성에 황 감독이 나타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적장의 방문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은 최 감독은 옅은 미소와 함께 “가볍게 생각하라. 우리의 전략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머릿속이 더 복잡한 쪽은 (옵션이 다양한) 상대일 것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생각할 틈이 없다”고 답했다. 결전 하루 전(27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황 감독은 “전북이 훨씬 생각이 많을 것”이라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여기에 약간의 변수도 곁들여졌다. 최악의 그라운드 사정이었다. 역대급 폭염과 높은 습도로 곳곳의 잔디가 죽어버린 전주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는 마치 누더기처럼 비쳐졌다. 누런 땜질 자국이 역력했다. 심지어 경기 당일에는 비까지 예보됐다. 움푹 파인 지역에 공이 떨어지면 정상적 플레이를 펼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신통치 못한 ‘손님대접’에 최 감독도 멋쩍은 듯 “부끄럽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우리는 후방부터 차분히 풀어가는 ‘빌드-업’이 많은데, 이런 환경에선 그럴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최후의 선택은 ‘변화’였다. 다만 차이는 있었다. 전북은 꾸준히 활용해온 4-1-4-1 포메이션을 그대로 가동했으나, 투지가 좋은 최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끌어올려 서울의 중원을 전방에서 차단했다. 최철순은 과거 서울전에서도 포백 수비진의 1차 저지선을 맡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산둥 루넝(중국)과의 8강 1·2차전에서 4-4-2로 재미를 본 서울이지만, 최강 전력의 전북 원정에선 또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쓰리백이었다. 미드필더 숫자를 늘려 ‘선수비-후역습’을 구사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정공법 속에 작은 변화를 택한 전북이 더 강했다. 전반 내내 서울은 제대로 슛 한 번 시도하지 못했다. 서울 벤치가 잔디 변수를 피하기 위해 고민 끝에 내놓은 ‘롱볼’ 역시 전북에는 거의 먹히지 않았다. 전반에만 3골을 폭발시킨 최 감독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할 때 턱을 괴고 연신 한숨을 내쉰 황 감독의 모습은 크게 대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