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리그, 토트넘 1-0 승리 이끌어
박지성 넘어 한국인 대회 최다 6골, EPL 포함 5경기 5골 에이스 우뚝
올림픽 아픔-이적 진통이 전화위복
손흥민(24·토트넘)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CSKA모스크바(러시아)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의 손에 맞은 뒤 골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근호의 강력한 중거리 슛을 놓치는 실수로 골을 허용해 ‘기름손’으로 불렸던 아킨페예프는 2년 전처럼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안타까워했다. 반면에 승리의 주역이 된 손흥민은 경기 후 팀 동료 델레 알리와 최근 힙합 가수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댑댄스’를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토트넘은 2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CSKA모스크바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후반 26분 결승골을 넣은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손흥민은 대회 통산 6호 골(플레이오프 포함)을 기록해 박지성(은퇴)이 가지고 있던 UEFA 챔피언스리그 한국인 최다골 기록(5골)을 경신했다.
UEFA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5골을 터뜨린 손흥민에 대해 “이제 그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선발 명단에 가장 먼저 이름을 넣는 선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과거 벤치 신세에 머물렀던 손흥민이 팀의 에이스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이 (매 경기) 불타오르고 있다”고 칭찬했다.
손흥민은 올해 겪은 두 차례 아픔이 전화위복이 되면서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그는 와일드카드로 참가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할 때도 팀 훈련 외에 개인 훈련까지 실시했고, 이는 경기력 유지로 이어졌다. 손흥민이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을 당시 신태용 감독은 “당장 경기에 뛰어도 될 정도로 몸 관리를 잘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올림픽 경기를 치르면서 실전 감각을 회복한 덕분에 시즌 초반 선발 기회가 왔을 때 곧바로 멀티 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벤치 신세의 아픔 속에 구단에 이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는 등 진통을 겪은 것도 팀 내 위상 변화의 계기가 됐다. 포체티노 감독에 따르면 손흥민은 올림픽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 팀으로 가고 싶어 했지만 구단이 그를 붙잡았다. 이후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게 선발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손흥민은 맹활약을 펼치면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주전 경쟁을 시작한 시기에 팀의 주포인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도 손흥민이 핵심 공격 자원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됐다. 손흥민은 “운이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매 경기 골을 넣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해도 손흥민은 주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손흥민이 최근의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주전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공격 동선이 겹쳤던 케인이 빠진 것이 손흥민에게 도움이 됐다. 손흥민에 대한 팀 동료들의 의존도와 신뢰가 높아진 만큼 케인이 돌아와도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