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우완투수 메릴 켈리(28)는 올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불운의 아이콘 중 하나다. 무려 20차례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9승에 그치고 있다. 21승(3패)을 기록하며 다승 1위에 올라있는 더스틴 니퍼트(두산·19회)보다 많은 QS를 기록했지만, 승수는 12승이나 적다. QS 22회에 9승에 머물러 있는 양현종(KIA)과 더불어 올 시즌 가장 불운한 투수로 꼽히고 있다.
켈리는 9월30일 잠실 LG전에서 6.2이닝 동안 7안타(1홈런) 1볼넷 5삼진 3실점으로 QS를 기록했지만, 승패 없이 물러났다. 9월6일 문학 KIA전에서 9승째를 따낸 뒤 4번째 10승 도전에 나섰지만, 또 한 번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날 포함 켈리의 올 시즌 성적은 31경기 9승8패, 방어율 3.68(200.1이닝 82자책점), 152삼진-60볼넷.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200이닝을 돌파했고, 3번째로 20QS를 달성한 것이다. 승수를 제외하면 올 시즌 리그 정상급 투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 SK에게 200이닝 투수란
SK 구단에 ‘200이닝 투수’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창단 2년째인 2001년 페르난도 에르난데스(223.2이닝), 이승호(220.2이닝) 이후 2015시즌까지 14년간 200이닝 투수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 어려운 일을 켈리가 해냈다. 2015시즌을 앞두고 35만 달러의 다소 적은 금액에 계약했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기대치가 높은 투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지닌 데다 체인지업, 커터, 투심패스트볼, 커브 등의 변화구 구사능력도 뛰어났다.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다. 지난해 30경기에서 1완투승 포함 11승10패, 방어율 4.13의 성적을 거두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몸값 총액도 75만달러로 올랐다. 몸값과 더불어 팀 내 입지도 크게 올랐다. 잘 던지다 한 번 흔들리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도 크게 줄었다.
● 2017시즌 재계약 전망도 ‘매우 맑음’
외국인투수의 활약은 팀 성적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두산의 올 정규시즌 우승에도 외국인투수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18승)이 39승을 합작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켈리의 재계약 전망이 밝은 이유다. 내년 시즌 새 외국인투수를 물색한다고 해도 켈리만큼 안정적인 투수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NC 에이스 에릭 해커도 2013~2014시즌 2년간 57경기에서 12승(19패)을 따내는 데 그쳤지만, 2년 연속 170이닝을 돌파한 것과 안정된 제구력에 높은 점수를 받아 재계약에 성공한 사례다.
SK 구단관계자도 “켈리의 재계약을 매우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많은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세부 기록을 주목해야 한다. 켈리처럼 꾸준히 잘 던져줄 수 있는 투수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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