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9월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LG전. 이날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알쏭달쏭 야구퀴즈에나 나올 법한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9회초 2점을 허용하며 3-5로 뒤진 LG는 9회말 1사 후 7번타자 양석환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 8번타자 유강남은 볼카운트 1B-2S에서 김광현이 던진 5구째 몸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시속 136㎞)에 헛스윙을 했다. 그런데 이 공을 포수 김민식이 뒤로 빠뜨렸다. 공이 굴절돼 1루쪽 덕아웃 근처 백스톱으로 흘렀고, 포수가 공을 찾는 사이 1루주자 양석환은 3루까지 달렸다. 타자 유강남은 순간적으로 1루로 뛰었다. 무사나 1사에서 주자가 1루에 있으면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이 성립되지 않고 타자는 무조건 아웃되는데, 유강남이 상황을 순간적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결국 규칙대로 유강남은 아웃 판정을 받고 덕아웃으로 들어가야했다. 2사 3루 상황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때 LG 양상문 감독은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했다. 마지막 공이 뒤로 빠질 때 굴절된 상황으로 보면 파울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2점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 2사 3루보다는 파울이 된다면 1사 1루에서 공격을 다시 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심판합의판정 결과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TV 느린화면으로 확인한 결과 유강남이 스윙을 할 때 슬라이더가 휘어지며 떨어졌는데, 배트에 공이 맞은 게 아니라 오른발에 공이 맞은 것이다.
심판은 화면을 보고 나온 뒤 타자 유강남은 헛스윙아웃으로 처리하고, 3루주자 양석환은 1루로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차라리 양 감독이 항의하지 않은 것만 못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야구규칙에 여러 항목을 중복 해석해야하는 다소 복잡한 상황이었다.
일단 배트에 공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유강남은 헛스윙 삼진을 당할 때 주자가 1루에 있었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이 아니어서 유강남은 아웃처리된다.
그리고 볼데드가 돼 3루주자가 1루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은, 야구규칙 7.12 [A] ‘투수가 투구할 당시에 점유하고 있던 베이스로 돌아가는 경우’ (c)항 ‘투구가 정규로 위치하고 있는 타자의 몸 또는 옷에 닿았을 경우(5.09(a), 6.05(f))’ 때문이다.
다시 5.09를 보자. ‘다음의 경우 볼데드가 되어 주자는 한 베이스를 진루하거나 원래의 베이스로 돌아간다’면서 (a)에는 ‘투구가 정규의 타격자세에 있는 타자의 몸 또는 옷에 닿았을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타자의 몸에 닿은 경우’인데 타자가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됐기 때문에 후자인 ‘볼데드가 되어 주자는 원래의 베이스로 돌아가야하는’ 항목에 적용되는 것이다(만약 사구였다면 전자에 해당돼 볼데드가 되면서 주자는 한 베이스를 진루하게 된다).
그리고 6.05는 ‘타자 아웃’의 경우들을 설명해놨는데 (f)에는 ‘2스트라이크 뒤 타자가 쳤으나(번트도 포함) 투구가 방망이에 닿지 않고 타자의 신체에 닿았을 경우 볼데드가 되어 주자의 진루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돼 있다.
다시 간단히 설명하면 타자의 신체나 옷에 공이 맞는 순간 볼데드가 된다. 그리고는 타자는 사구가 아닌 삼진이었기 때문에 주자는 원래의 베이스로 돌아가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양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한 것은 ‘파울’이 돼 1사 1루에서 계속 공격을 하기를 바랐지만, 결과적으로는 2사 3루도 아니라 2사 1루가 됐기 때문에 합의판정 신청은 안 한 것만 못한 결과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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