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아들과의 추억 남기고 세상 떠난 복서…4000만원 성금 모여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0월 4일 15시 54분


출처=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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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이 덥수룩한 아버지가 인자한 표정으로 세상모르게 쌔근쌔근 자는 어린 아들에 기대어 있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젊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빛이 어쩐지 슬퍼 보인다.

이 사진은 지난달 30일 사망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복서 마이크 토웰(Mike Towell·25)과 그의 두 살 난 아들 로코(Roco)가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토웰은 지난달 29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한 호텔에서 웨일스 싸움꾼 데일 에반스(24)와 권투 시합을 벌였다. 1라운드에서 한 차례 쓰러진 그는 5라운드에서 다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끝내 숨을 거뒀다.

토웰의 여자친구인 클로에 로스는 토웰이 시합 이틀 전 보내준 “로코가 아빠와 찍은 마지막 사진(last picture of Rocco and his daddy)”을 페이스 북 페이지에 올렸다.

사진을 본 전 세계 복싱 챔피언 리키 해톤이 기부 웹사이트에 토웰의 어린 아들과 유가족을 위한 모금 페이지를 열었다. 3일 오후 현재 3만 파운드(약 4260만원) 가량이 모였다. 당초 해톤이 목표했던 2만 파운드를 훌쩍 넘긴 금액이다.

출처=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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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는 페이스 북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여러분들이 보내주선 모든 메시지와 기금에 너무도 감사하다. 모두의 친절에 충격을 받았다. 그의 사진을 봐 주신 모든 분들을 사랑한다. 그이가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지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그 사람도 자기의 권투 영웅이 자신을 안다는 사실에 행복할 것이다.”

로스는 토웰이 몇 주 전부터 편두통에 시달렸는데 그냥 시합을 앞둔 스트레스로 보고 넘겼다고 전했다. 토웰이 운동하던 체육관 주인도 그가 몇 주 전 두통 때문에 스파링을 중단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한편, 토웰과 마지막 시합을 한 에반스 선수는 “심장이 완전히 부서진 것 같다”며 토웰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는 영국 국영 BBC 뉴스에 “내 탓인 것 같다. 그것은 끔찍한 일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두 살짜리 아이와 여자친구, 가족이 더 이상 그를 그리워하지 않게 돕는 일이다. 내가 지금 할 뭔가가 있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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