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이 덥수룩한 아버지가 인자한 표정으로 세상모르게 쌔근쌔근 자는 어린 아들에 기대어 있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젊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빛이 어쩐지 슬퍼 보인다.
이 사진은 지난달 30일 사망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복서 마이크 토웰(Mike Towell·25)과 그의 두 살 난 아들 로코(Roco)가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토웰은 지난달 29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한 호텔에서 웨일스 싸움꾼 데일 에반스(24)와 권투 시합을 벌였다. 1라운드에서 한 차례 쓰러진 그는 5라운드에서 다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끝내 숨을 거뒀다.
토웰의 여자친구인 클로에 로스는 토웰이 시합 이틀 전 보내준 “로코가 아빠와 찍은 마지막 사진(last picture of Rocco and his daddy)”을 페이스 북 페이지에 올렸다.
사진을 본 전 세계 복싱 챔피언 리키 해톤이 기부 웹사이트에 토웰의 어린 아들과 유가족을 위한 모금 페이지를 열었다. 3일 오후 현재 3만 파운드(약 4260만원) 가량이 모였다. 당초 해톤이 목표했던 2만 파운드를 훌쩍 넘긴 금액이다.
로스는 페이스 북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여러분들이 보내주선 모든 메시지와 기금에 너무도 감사하다. 모두의 친절에 충격을 받았다. 그의 사진을 봐 주신 모든 분들을 사랑한다. 그이가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지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그 사람도 자기의 권투 영웅이 자신을 안다는 사실에 행복할 것이다.”
로스는 토웰이 몇 주 전부터 편두통에 시달렸는데 그냥 시합을 앞둔 스트레스로 보고 넘겼다고 전했다. 토웰이 운동하던 체육관 주인도 그가 몇 주 전 두통 때문에 스파링을 중단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한편, 토웰과 마지막 시합을 한 에반스 선수는 “심장이 완전히 부서진 것 같다”며 토웰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는 영국 국영 BBC 뉴스에 “내 탓인 것 같다. 그것은 끔찍한 일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두 살짜리 아이와 여자친구, 가족이 더 이상 그를 그리워하지 않게 돕는 일이다. 내가 지금 할 뭔가가 있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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