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총득점 904점의 36%가 홈런… 올해는 800점에 비중도 26% 그쳐
홈런 줄었지만 진루타 비율은 1위… 성적 작년 4위서 3위로 더 좋아져
야구에서는 홈런이야말로 최고 팀 배팅입니다. 홈런은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낭비하지 않고 베이스에 나가 있는 주자를 모두 불러들입니다. 심지어 홈런을 친 타자마저 득점에 성공합니다. 특히 프로야구 넥센 팬이라면 첫 줄에 동의할 겁니다. 지난해만 해도 넥센은 전체 득점(904점) 중 36.4%(329점)를 홈런으로 만들어내는 팀이었습니다.
그래서 넥센 염경엽 감독(48)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고민이 컸습니다. 자신이 지휘봉을 잡은 뒤 3년(2013∼2015년) 동안 홈런 142개를 때려낸 박병호(30·미네소타)는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지난해 홈런 23개를 날린 유한준(35) 역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t 유니폼을 입게 됐기 때문입니다. 강정호(29·피츠버그)도 2014년 홈런 40개를 날린 뒤 이미 태평양을 건넌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안방구장도 홈런이 잘 나오던 목동구장에서 그 반대인 고척스카이돔으로 옮겼습니다.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4일 경기까지 넥센은 800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아직 세 경기가 더 남아 있지만 지난해보다 100점도 더 적은 걸 만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팀 홈런은 지난해 203개에서 132개로 줄었고, 전체 득점 중에서 홈런으로 낸 점수(208점)가 차지하는 비중도 26.0%로 줄었습니다.
그런데도 성적은 77승 1무 63패(승률 0.550)로 지난해 78승 1무 65패(승률 0.545)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순위는 지난해 4위에서 올해 3위로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
올해 넥센을 버티게 해준 건 전통적인 의미에서 이야기하는 팀 배팅이었습니다. 주자 뒤로, 그러니까 오른손 타자라면 오른쪽으로 밀어 쳐서 득점 확률을 높이고, 타자가 아웃당하더라도 주자를 한 베이스 더 진루시키려고 애쓰는 공격 스타일 말입니다. 염 감독이 특히 강조한 건 “어떻게든 주자를 3루로 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도 성공이었습니다. 넥센은 타자가 단타를 쳤을 때 1루 주자가 3루까지 진루한 비율(33.5%)이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팀입니다. 또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진루타 비율(타자는 아웃당했지만 주자는 득점에 성공한 경우)도 46.7%로 리그 1위입니다. 그 덕에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팀 OPS(출루율+장타력)는 0.816으로 리그 9위밖에 되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점수를 뽑을 수 있었습니다.
꼭 필요한 만큼 점수를 뽑고 나면 구원 투수가 이를 지켜냈습니다. 넥센 구원진은 평균 자책점 4.5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NC(4.13)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입니다. 투수진에서도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마무리 투수 손승락(34)이 롯데로 떠났고, 한현희(23)와 조상우(22)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걸 감안하면 칭찬받을 만한 성적입니다. 비결은 역시 철저한 투수 관리. 넥센에서는 7월 7일 마정길(37) 이후 사흘 연속 등판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다른 종목에서는 감독을 보통 영어로 ‘(헤드) 코치(coach)’라고 부르지만 야구는 ‘매니저(manager)’입니다. 직접 훈련을 시키는 것보다 팀 전력에 맞게끔 전략을 짜고 자원(선수)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뜻일 겁니다. 프런트 직원(매니저)으로 출발한 염 감독이 갈수록 좋은 매니저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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