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와 대립하던 이기흥 후보 ‘예상밖 환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3시 00분


[초대 통합체육회장에 이기흥 당선]
선거운동 제약 많았던 게 되레 호재… 막판 정견발표서 부동층 표심 잡아, 정부측 후보 3명 난립도 행운
李회장, 정부와 관계 개선 여부 주목

제40대 대한체육회 회장에 당선된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선거인단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이 회장은 “첫 통합 대한체육회장으로서 엘리트와 생활 체육을 하나로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제40대 대한체육회 회장에 당선된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선거인단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이 회장은 “첫 통합 대한체육회장으로서 엘리트와 생활 체육을 하나로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변이었다.

 5일 열린 통합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현장에서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의 당선을 예상하는 체육인은 거의 없었다. 국내 주요 경기 단체 임원을 거친 이 회장이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 등을 지내면서 체육계의 거물로 입지를 다져 왔지만 이번 통합 체육회장 당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평소 이 회장을 지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막상 표를 주기에 곤란한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3월 대한수영연맹 간부들의 비리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고 회장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수영계 내 반대 세력과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도수영연맹과 다이빙, 수구,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관계자들이 체육회장 출마 등록일 직전인 지난달 21일 이 회장의 출마 반대 규탄 대회를 계획하기도 했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수영계도 잘 다스리지 못한 이 회장이 통합 체육회장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계속 제기됐다. 지난달 법원에 후보자 자격 존재 확인 가처분을 신청해 출마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얻은 뒤에야 출마할 수 있었지만 그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했다. 국민생활체육회와의 통합 과정에서도 대한체육회 주도의 통합을 고집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생활체육계와 상당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한 체육계로서는 선거인단이 굳이 문체부와 껄끄러운 이 회장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이에리사 전 의원이 뒤늦게 회장 경선에 뛰어들면서 이 회장을 지지하던 엘리트 스포츠 쪽의 표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돼 더욱 불리해 보였다.

 하지만 ‘깜깜이 투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후보에 대한 정보와 대대적인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았던 게 오히려 이 회장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선거 당일 각 후보에게 10분씩 할당된 정견 발표에서 이 회장은 단호한 어조와 국내 스포츠 현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앞세워 대한체육회의 재정 자립과 체육인 일자리 창출, 인프라 확충에 대해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며 부동표층의 표심을 자극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은 모호한 공약 등으로 시간을 허비해 선거인단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분석이 있다.

 장호성 이에리사 전병관 후보에게 표가 분산된 것도 호재였다.

 투표에 참여한 한 경기 단체장은 “문체부가 처음에는 장 후보를 밀다가 나중에 전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이에리사 후보까지 ‘정부 측 후보’로 분류되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많이 생겼다. 이 때문에 기존 고정 지지표에 현장 부동표를 얻은 이 회장이 빈틈을 치고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인 이 회장이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 통합의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과제다. 널리 알려진 대로 문체부와의 대립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회장의 당선 배경에는 문체부의 지나친 독주와 체육회 홀대에 대한 경기인들의 반발심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선 직후 이 회장은 일단 대립 각을 세우기보다는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그는 “두 집 살림을 한 곳에 놓다 보니 그릇도 깨지고 살림도 어지럽다. 거미줄도 치우고 방도 닦고 부엌에 불을 때서 온기가 들게 하겠다. 화학적으로 온전한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도 협력하고 서로 이해하겠다는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남상남 한국체육학회 회장은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은 현재 무늬만 통합된 상태”라며 “새 체육회장이 긴 안목으로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실무적인 인물을 중용하는 체육회 인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김종석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 1955년 대전 출생
○ 2000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
○ 2004년 대한카누연맹 회장
○ 2010년 대한수영연맹 회장
○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한국선수단 단장
○ 2012년 런던 올림픽 한국선수단 단장
○ 2013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
○ 현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 2016년 제40대 대한체육회 회장 당선
#대한체육회 회장#이기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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