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내야수가 별로 없는데 조금만 잘하면 주전을 (꿰)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내심 ‘LG에서는 내가(나를) 필요로 하겠지?’ 하고 생각한다. 빨리 가고 싶다, LG여.”
프로야구 LG 유격수 오지환(26)이 경기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8년 자신의 ‘싸이월드’에 쓴 글이다. 오지환의 바람대로 LG는 그에게 신인 선수 1차 지명권을 사용했다. 오지환은 프로 데뷔 첫해인 2009년 퓨처스리그(2군)에서 타율 0.312, 12홈런, 60타점으로 빼어난 방망이 솜씨를 자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였다. 오지환은 이해 2군에서 실책 14개를 기록했다.
싸이월드에 쓴 대로 2010년 1군 붙박이 자리를 꿰찼지만 수비는 계속 문제였다. 오지환은 2010년 실책 27개(리그 최다)를 저질렀다. 이듬해에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을 흘려 ‘기름손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별명은 나중에 ‘오지배’로 진화했다. 결정적인 실책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일도 많지만 찬스에서 방망이 솜씨를 발휘하는 일도 많아 경기를 지배한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오지환은 ‘강철 멘털’을 갖추게 됐다. 오지환은 전날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결승점을 내주는 실책을 저질렀지만 11일 2차전을 앞두고는 평소처럼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어제 경기 전 기삿거리 많이 드린다고 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며 “오늘은 좋은 기삿거리를 많이 드리겠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이날 6회와 8회에 연이어 실점을 막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이며 팀 승리에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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