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 경주에서 용기와 희망의 레이스가 펼쳐진다.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을 이겨내고 42.195km를 완주하는 마라톤은 그 자체가 불굴의 메시지다.
2016 경주국제마라톤(경상북도, 경주시, 대한육상연맹,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공동주최)이 16일 오전 8시 경주시민운동장에서 출발 총성을 울린다. 이번 대회에는 엘리트 선수 60명과 마스터스 마라토너 8000여 명이 참가한다. 마스터스는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부문으로 나뉘어 열린다.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을 응원하러 나온 가족까지 포함하면 1만여 명이 훨씬 넘는 인파가 경주시민운동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는 지진 발생 후 경주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행사다. 경주시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침체된 지역 경제와 관광이 되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 경주 시민 2000여 명과 8개 풍물 단체 300여 명도 거리응원에 나선다. 대회 운영본부는 KBSN 스포츠 생중계를 통해 선수들의 레이스는 물론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지인 대릉원, 첨성대, 오릉, 반월성, 안압지, 황룡사지, 분황사 등 건재한 신라 천년의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경주가 지진을 이겨낸 '안전한 도시'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경주는 '마스터스의 마라톤의 성지'다. 1994년 경주에서 열린 동아국제마라톤 겸 제65회 동아마라톤에 국내 최초로 일반인들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마스터스 참가자가 수백 명에 불과했지만 1996년 하프코스와 10km 코스를 추가하면서 참가자가 크게 늘었다. 1999년에는 국내 단일 종목 대회로는 처음으로 참가자 1만 명을 돌파하는 신기원을 열었다. 2000년 엘리트 부문이 서울국제마라톤으로 넘어가면서 마스터스들만의 축제로 이어지던 이 대회는 2007년 다시 국제대회로 승격됐다.
20년 넘게 경주에서 대회를 주최해 온 동아일보는 경주시민들의 재난 복구 지원에 힘을 보태기 위해 대회 현장에서 최양식 경주시장에게 성금 5000만 원을 전달하고,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이 경주시민들과 함께 10km를 뛸 예정이다. 마스터스 그룹의 선두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경주시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현수막을 들고 달린다.
대회 주최 측은 처음으로 지진 재난구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를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 지진 대비 매뉴얼을 만들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계림중학교 등 8곳의 대피 장소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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