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본격 활동 5000만원 기부·유소년자선축구대회 “나도 많은 도움 덕에 이 자리까지 왔다”
K리그 일정이 한창이던 8월 28일 남양주종합운동장에선 ‘이근호 유소년자선축구대회’가 열렸다. 이근호(31)의 소속팀 제주 유나이티드는 전날 성남FC와 홈경기를 치른 뒤 A매치 휴식기에 돌입했다. 선수단에도 모처럼 휴가가 주어졌다. 여름 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의 시간이었지만, 이근호는 주변으로 눈길을 돌렸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임에도 나눔의 실천을 잊지 않은 그의 아름다운 동행을 돌아본다.
●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선행
최근 프로스포츠에선 불법 스포츠도박 및 승부조작과 관련된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의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여기서 자유로운 종목은 없다. 연루된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이 노골적으로 가담한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지인의 부탁을 이기지 못하고 응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이 때문에 새삼스럽게 체육인들에게도 주변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근호는 ‘10점 만점에 10점’이다. 그가 자선활동에 눈을 뜬 데는 지인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근호는 축구선수로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2008베이징올림픽을 경험했고, 2014브라질월드컵에선 골까지 터트렸다. 그는 “나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운 좋게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에 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근호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자선활동에 나섰다. 2015년 6월 푸르메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는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또 올 6월에는 축구사랑나눔재단에 5000만원의 현금과 함께 2000만원 상당의 축구용품을 기부했다.
그가 실천해온 나눔활동의 정점이 바로 ‘이근호 유소년자선축구대회’다. 그는 “주위에 있는 지인들에게서 자선행사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고, 그 같은 의견들이 모여 자선축구대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창 시즌을 치르고 있는 만큼 혼자서 자선축구대회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그의 에이전트사인 DH스포츠가 대회 주최를 맡았다. 남양주시, 푸르메재단, 축구사랑나눔재단 등 그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단체에서도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현 소속팀 제주는 물론 과거 몸담았던 울산현대와 전북현대도 용품지원에 응했다. 또 이휘재, 이수근 등 평소 친분을 맺어온 연예인들까지 동참해 대회에 참가한 유소년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이근호는 “일정 조정도 너무 힘들었고, 행사 당일 날씨도 좋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에이전시와 대한축구협회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자선행사를 한다고 하니까 정말 많은 곳에서 도움을 주시더라. 이화여대 클럽축구단에서 지원봉사를 나오기도 했다. 무척 감사했다. 주변에서 좋은 말도 많이 들었고, 어린이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앞으로도 계속 자선축구대회를 이어나가고 싶다. 일정이나 다른 조건이 맞지 않더라도 다른 방향으로라도 꼭 이어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 이근호의 후원계약이 특별한 이유
국가대표선수들이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주전급 선수들은 대부분 특정 스포츠 브랜드와 용품후원계약을 한다. 이근호는 미즈노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와 미즈노의 후원계약에는 특별한 조건이 하나 있다. 선행을 위한 물품지원이다.
이근호는 “2014브라질월드컵이 끝난 뒤 미즈노와 재계약했는데, 그 때 자선을 위한 물품지원을 놓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즈노에서도 내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같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미즈노는 올 6월 이근호의 이름으로 축구사랑나눔재단에 2000만원 상당의 축구용품을 후원했다.
이근호는 “누군가를 돕는 것에도 때가 있다. 내가 축구선수생활을 할 때 아니면 남을 많이 도울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내 도움을 받은 어린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더 뿌듯하지 않겠나”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