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된 지 두 달이 지났을 뿐인 수장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 대한배구협회(이하 협회) 서병문 회장 앞에 놓인 현실이다. 협회 산하 단체의 전무이사들은 15일 비상회의를 열고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협회 산하 지역협회장·연맹회장)에게 서 회장 불신임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라는 합법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서 회장에게 왜 배구인들은 등을 돌린 것일까?
●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대의원 측은 “서 회장이 공약을 지키지 않은 책임을 묻겠다”는 관점이다. 핵심은 인적쇄신이다. ‘회전문 인사’로 전임 집행부 인사를 중용한 서 회장의 인사가 협회의 개혁의지를 저버렸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사람만 바꾸면 개혁인가? 시간을 두고 일로써 평가해 달라. 원칙에 어긋난 것이 있으면 바꾸겠다”고 대응했다. 갈등의 진원지로 꼽히는 김찬호 부회장은 “배구협회의 가장 중요한 사안은 국가대표의 경쟁력 강화”라고 말했다. ‘이대로 밀리면 모든 잘못을 인정하는’ 상황처럼 되는 것에 대한 협회의 거부감도 강하다. 협회 측 복수의 핵심인사는 “산하 단체에 분기별 100만원씩 협회에서 내려 보내는 돈이 있었다. 액수가 연 6800만원 정도 되더라. 서 회장이 ‘협회 살림도 빠듯한데 이렇게 예산을 관례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자 대의원들이 반감을 이런 식으로 드러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갈등을 해석하는 프레임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에 대해 대의원 측 인사는 “돈 문제는 불신임과 관계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 김갑제 감독 급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갈등이 더욱 복잡해진 것은 감정적 서운함까지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협회 회의 중에 항의하던 김갑제 감독이 갑자기 쓰러진 후 세상을 떠났다. 대의원 측은 “김 감독이 쓰러진 뒤 격앙된 협회의 응급조치가 더뎠다. 장례식에서도 진정성을 갖춘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경찰 조사도 다 받았다. CCTV가 진실을 말할 것”이라며 김 감독이 쓰러진 모습을 보고도 방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지금 상황에서 장례식에 나타나봤자 분란만 커질 것 같았다. 나중에 조용해지면 찾아뵈려 했다”고 해명했다. 김 부회장은 “어떻게 해야 해결되겠나? 서 회장님과 거취를 상의 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지금처럼 원칙론을 고수한다면 대의원 측도 끝까지 갈 의지가 강하다. 서 회장은 “(회장 불신임이 안건인) 총회는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대의원 측은 “총회가 거부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한체육회에 안건을 올리겠다”고 맞섰다. 대한배구협회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