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 포스트시즌(PS)은 정규시즌의 타고투저 현상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경기와 준플레이오프(준PO) 3경기의 평균득점은 정확히 5점(총 25득점)에 불과하다. 특히 준PO 2~3차전에선 넥센과 LG의 대표 외국인투수들이 승리를 따내며 영웅으로 등극했는데, 그들만의 ‘명품 구종’이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넥센 앤디 밴 헤켄의 포크볼, LG 데이비드 허프의 체인지업이 바로 그것. 밴 헤켄은 준PO 2차전에서 7.2이닝 3안타 1볼넷 5삼진 1실점을 기록했고, 허프는 3차전에서 7이닝 5안타 1볼넷 3삼진 1실점의 호투로 각각 승리투수가 됐다. 둘 다 단기전에서 에이스의 중요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 큰 손과 유연한 손가락, 밴 헤켄에게 최적화된 포크볼
포크볼은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가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가라앉는 구종이다.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기에 안성맞춤. 손이 크고 손가락이 유연한 밴 헤켄은 포크볼을 던지기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췄다. 마이너리그(트리플A) 시절 제프 존스 코치와 대화하며 밴 헤켄만의 포크볼 그립이 완성됐는데, “처음에는 장난삼아 포크볼을 던졌다. 나만의 그립을 완성하고 등판한 첫 경기에서 포크볼로 삼진 11개를 잡았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밴 헤켄의 회상이다.
밴 헤켄이 KBO리그에 입성한 2012시즌 평가는 이랬다. “8개 구단 외국인투수 중 가장 평범하다.” 그러나 그해 11승을 따내며 우려를 잠재웠고, 올해까지 통산 65승(35패)을 수확했다. 직구 구속은 140㎞대 중반으로 그리 빠르지 않지만, 과감한 몸쪽 승부로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최근에는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는다. 이는 포크볼의 위력을 더하는 요소. 넥센 염경엽 감독은 “상대 타자들은 밴 헤켄의 포크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때 직구로 삼진을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 허프, 강속구+체인지업 환상조합
허프는 빠른 공과 체인지업의 2가지 구종으로 승부하는 투수다. 체인지업은 속도의 차이를 이용해 던지는 구종이다.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으로 ‘긁어내는’ 동작, 그리고 직구와 같은 팔 스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좌투수인 허프의 체인지업은 기본적으로 좌타자의 몸쪽,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흐른다. 올 정규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02(좌타자 0.333)에 불과한 것도 체인지업의 영향이 크다.
SBS스포츠 최원호 해설위원은 “허프의 체인지업은 마치 느린 직구 같은데, 코너워크를 한다”며 “서클체인지업 그립을 잡고 직구를 던지듯 팔 스윙을 하니 그만큼 위력적이다. 빠른 공과의 조합인 데다 릴리스포인트도 일정해 위력을 더한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도 “허프의 직구는 몸쪽으로 휘는 각이 좋다. 여기에 반대로 휘는 체인지업의 제구도 좋아 공략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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