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이별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전격적이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스스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17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패배로 탈락이 확정된 직후 염 감독은 홀로 방문팀 감독실로 들어가 마지막 준비를 하는 듯했다. 그러고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와 휴대전화에 적어 둔 메모를 읽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에 3년 계약을 한 염 감독은 내년까지 아직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있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간 올 시즌에도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3위를 차지하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팀을 떠나겠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염 감독은 “4년 동안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4년 동안 넥센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해 우승하고 싶었지만 역량이 부족했다. 구단과 팬들에게 우승을 못 이뤄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다. 개인적으로는 201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염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넥센 감독직을 그만둔다는 얘기는 그동안 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수도권 A팀 감독으로 간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염 감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여러 차례 구단 측에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 감독과 넥센의 결별에는 야구를 보는 시각의 갈등이 잠재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염 감독은 넥센 특유의 프런트 야구를 자신의 야구에 대한 간섭으로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 관계자는 “구단과 상의하지 않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 무척 당혹스럽다. 추후 논의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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