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와후 추장의 저주’ 풀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토론토 꺾고 19년 만에 WS 진출
1951년 마스코트 색깔 바꾼 뒤 인종차별 논란 일고 성적도 추락
팀연봉 973억원 ML 30개팀중 24위… 특급선수 없이 팀워크로 강호 연파

  ‘킹’ 르브론 제임스(32)의 기운이 프로야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도 미칠 수 있을까.

 올해 6월 20일 인구 40만 명의 중소 도시 클리블랜드는 축제 분위기였다.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를 연고로 하는 미국프로농구(NBA) 캐벌리어스가 챔피언결정전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골든스테이트를 꺾고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1970년 창단 후 처음 들어올린 우승컵이었다.

 그 중심에는 돌아온 제임스가 있었다. 클리블랜드 인근 소도시 애크런 출신인 제임스는 지난 시즌 캐벌리어스의 우승 주역이다. 2009∼2010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돼 마이애미로 떠났지만 두 번째 FA가 된 2014∼2015시즌 후 클리블랜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두 시즌 만에 우승을 이끌었다.

 제임스를 비롯한 캐벌리어스 선수들은 10월 8일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이 열린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를 찾았다. 같은 클리블랜드를 연고로 하는 인디언스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인디언스는 5전 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스턴에 3연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기세를 이어 월드시리즈에까지 올랐다. 20일 토론토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월드시리즈에 선착한 것. 클리블랜드가 월드시리즈에 오른 것은 1997년 이후 19년 만이다.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이 아닌 클리블랜드는 재정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올해 팀 연봉은 8633만9067달러(약 973억 원)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24위였다.

 정규시즌에서 18승(9패)을 기록한 에이스 코리 클루버를 제외하곤 특급 선수가 없지만 신구 조화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트레이드 마감 시간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에서 데려온 불펜 투수 앤드루 밀러의 합류가 결정적이었다. 밀러는 토론토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클리블랜드가 승리한 4경기에 모두 등판해 11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은 14개를 잡았고 볼넷도 없었다. 이날 5차전에서도 2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클리블랜드는 1920년과 1948년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아직 우승과 인연이 없는 시카고 컵스에 이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지 두 번째로 오래된 팀이다.

 혹자는 ‘와후 추장의 저주’ 때문이라고 한다. 클리블랜드는 1951년 팀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의 색깔을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교체하고 표정도 우스꽝스럽게 바꿨다.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났을 뿐 아니라 이후 우승과도 거리가 멀어지자 와후 추장의 저주란 말이 생겼다.

 컵스는 같은 날 열린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10-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만들었다. 경기장에 염소를 데려온 관중을 내쫓은 후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염소의 저주’에 시달리는 컵스가 내셔널리그에서 우승하면 클리블랜드와의 역사적인 월드시리즈 대진이 완성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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