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LG 감독은 최동원과 더불어 1970년대 부산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였다. 포수 출신인 김경문 NC 감독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 OB 우승을 이끈 안방마님이었다. 왕년의 명투수와 명포수는 이제 각자의 더그아웃에 서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건 치열한 지략 대결을 펼치게 됐다. 21일 막을 올리는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의 또 하나의 볼거리다.
20일 경남 마산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양 팀 감독의 특징은 그대로 드러났다. 에이스 허프 대신에 소사를 1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한 양 감독은 “(13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한) 소사의 다음 등판일이 하루라도 더 늦어지면 컨디션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허프를 1차전에 투입하면 나흘 휴식 뒤 등판이라 이르다”며 마운드 운용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또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고수해온 4선발 체제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마산구장에 바람이 많이 분다. 날씨가 승부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김 감독의 말에서는 경기 전체의 큰 그림을 봐야 하는 포수로서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났다. 김 감독은 경험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2013년부터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아온 해커를 1차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양 팀 포수들의 자존심 대결도 눈길을 끌었다. LG에서 프로에 데뷔한 NC의 포수 김태군은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받을 수 있도록 프로에 입단시켜준 LG 관계자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너스레를 떤 뒤 “강남이가 내 얼굴을 보면 집중이 된다며 자극했는데 좋은 안방전쟁을 해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태군과 LG 포수 유강남은 2011년과 2012년 LG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에 유강남은 “원래부터 안방경쟁에서 승부를 가를 계획이었다”며 맞받아쳤다. 박민우, 이종욱 등 NC의 빠른 주자에 대해서는 “우리 투수들의 퀵 모션이 좋기 때문에 베이스 위에 공만 얹는다는 생각으로 하면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상대의 도루를 책임지고 막아야 하는 포수답게 김태군과 유강남은 상대팀의 주요 경계 대상으로 상위 타순에 주로 배치되는 LG 김용의와 NC 박민우를 꼽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전부 이번 시리즈가 4차전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김경문 감독은 음주운전 징계로 1차전 출전이 불가능한 외국인 타자 테임즈를 2차전부터는 기용할 뜻을 밝혔다. 테임즈는 미디어데이 뒤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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