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진(37) 롯데골프단 감독의 목소리가 밝았다. 올해만 소속 선수들이 5승을 합작하면서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23일에는 소속팀의 주장격인 김해림(27)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KB금융스타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해 신바람이 더욱 세졌다.
지 감독의 ‘맏언니’ 리더십이 새삼 돋보이고 있다. 그는 1999년 프로가 된 뒤 2011년까지 13시즌 동안 KLPGA 투어에서 활동했다. 2004년 동양화재컵 프로골프 최강전에서 한 차례 우승한 게 전부이지만, 은퇴 전에는 선수회 대표로 활동하며 후배들의 권익에 앞장서는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지유진 감독은 은퇴 후에도 필드를 떠나지 않았다. 선수는 아니지만, 든든한 ‘맏언니’로서 후배들 뒤에서 새로운 골프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의외로 바쁘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2부와 3부 투어까지 뛰어다녔고, 때로는 캐디로 나서며 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리기도 했다. 올해는 KB금융스타챔피언십에서 처음 김해림의 백을 멨는데 우승까지 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역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거나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다. 물론 그의 공은 선수들의 활약에 가린다. 하지만 지 감독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지 감독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때면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 그럴수록 더 힘이 나고 열심히 뛰게 된다”고 말했다.
선수 출신답게 후배들에게는 든든한 힘이 된다. 경기가 잘 될 때 혹은 부진할 때 그의 조언은 마음의 위안을 준다. 김해림의 우승과정에서도 지 감독의 보이지 않는 힘이 큰 도움이 됐다. 김해림은 “감독님의 역할이 컸다. 감독님은 스윙코치이자 정신적인 지주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승을 많이 해서 존경하기보다는 항상 열심히 하고 모든 선수들에게 귀감이 된다”고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보는 눈도 정확하다. 발로 뛰어다니며 조정민, 하민송, 김지현 등 숨어 있던 진주를 발굴해 냈고, 그들을 투어 강자로 키워냈다.
선수들보다 먼저 준비하고 뒷바라지 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도 지 감독은 필드에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 한다. 그는 “한 해가 지날 때마다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과 함께 필드를 누비면서 땀을 흘리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선수들 옆에서 일하고 싶다. 천직인 것 같다”고 감춰온 속내를 살짝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