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성적’은 물론 ‘미래’도 함께 보고 있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PO)에 권희동을 선발 출장시키거나, PO 3차전에 장현식(21)이라는 신인투수를 올리며 “오늘로 야구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장차 NC의 중심을 이뤄 팀을 이끌어야한다는 신념에서다. 양 감독도 마찬가지다. LG는 올 시즌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채은성 양석환 유강남 김지용 등 앞으로 팀의 10년을 책임져줄 수 있는 선수들을 대거 발굴했다. 특히 가장 팀에 필요했던 마무리 임정우(23)를 얻었다. 그가 하루아침에 클로저로 거듭난 것은 아니다. 정규시즌 내내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뼈아픈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그를 끝까지 믿었다. 앞으로의 팀을 위해서 옳은 선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 시행착오는 필연적…극복해야 산다
양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마무리로 임정우를 선택했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미·일 리그를 모두 정복한 오승환도 고충을 털어놓는 게 마무리다. 그만큼 힘든 보직이다. 처음 풀타임 마무리를 뛰고 있는 임정우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6월 깊은 슬럼프에 빠지면서 뒷문이 헐거워졌다. 그러나 양 감독은 마무리를 바꾸지 않았다. “(임)정우가 우리 팀 마무리”라며 굳은 믿음을 보냈다. 오히려 더 강하게 키웠다. 1이닝이 아닌 1.1이닝, 1.2이닝을 맡기며 정면승부 하도록 장을 마련해줬다. 임정우는 조금씩 양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기 시작했다. 주장 류제국(33)도 “(임)정우가 마음이 약해서 처음에는 블론세이브를 하면 버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점점 강해지더라. 지금은 마무리로서 믿음이 간다”고 달라진 후배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 PO 1차전 실패? 성공-실패하면서 성장
임정우는 포스트시즌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마무리로는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던 11일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1이닝 2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투수가 됐고, 준PO에서는 2경기에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2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PO 상대는 NC였다. 임정우는 정규시즌에서 NC를 상대로 6경기에서 승 없이 1패, 3세이브, 방어율 10.13을 기록했다. 후반기 NC에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아쉬운 경기가 많았다. 결국 PO 1차전에서도 2-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가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임정우를 감쌌다. 양 감독은 “(임)정우가 올해 마무리투수로서 첫 시즌 아닌가. 풀타임을 처음 경험하고 있기에 지금쯤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마음을 헤아리고는 “마무리투수는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보직이다. 그 집중력을 한 시즌 동안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지금쯤 지칠 수도 있는 시기다”고 제자를 보듬었다. 이어 “괜찮다. 가을야구에서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맛보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 선수가 앞으로 성장할 모습에 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뿐 아니다. 양 감독은 임정우를 24일 PO 3차전 1-1로 맞선 9회초 2사 후 등판시켰다. 가장 중요한 순간 그에게 바통을 넘긴 것이다. 임정우는 양 감독의 믿음에 연장 11회초까지 2.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