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원종현의 폭포수 슬라이더, 어떻게 탄생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5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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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원종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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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우완투수 원종현(29)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강속구다. 최고구속 155㎞의 빠른 공은 훌륭한 무기다. 상대 타자의 의표를 찌르기에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대장암과 싸우며 2년 만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이 전혀 줄지 않았다는 점은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무기가 있다. 종으로 휘는 폭포수 슬라이더다. 기존의 슬라이더 그립을 조정해 직구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변화구를 만든 것이다. NC 최일언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팔각도를 조금 내린 뒤 구속이 증가했는데, 정통 오버스로 형태의 투구폼이 아님에도 종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는 점이 돋보인다. 올 정규시즌 54경기에서 3승3패3세이브17홀드, 방어율 3.18(70.2이닝 25자책점)의 성적을 거둔 데는 슬라이더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LG와 PO 2차전에서 김용의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공도 시속 136㎞짜리 슬라이더였다. 원종현은 “종슬라이더는 올 시즌을 버티게 해준 힘”이라고 강조했다.

NC 원종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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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 변화, 좌타자 상대 자신감 UP!

올 시즌 원종현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90에 불과하다. 1군 데뷔 첫해인 2014시즌(0.275)과 견줘 크게 줄었다. 원종현도 이 비결을 슬라이더에서 찾았다.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는 좌타자를 상대할 때 많이 얻어맞았다. 종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연습하게 된 계기다. 기존에 오버스로 투수였기 때문에 종으로 휘는 변화구를 던지는 감각은 있었다.”

대장암 완치 판정을 받고 대만 2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을 때다. 원종현은 박명환 NC 2군코치에게 도움을 받아 슬라이더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현역시절 슬라이더에 일가견이 있던 박명환 코치가 가르쳐준 그립이 손에 딱 맞았다. 빠른 공을 앞세워 힘으로만 밀어붙이던 스타일에서 작은 변화를 줬다. “(슬라이더의) 구속이 올랐고, 각도 더 예리해졌다.” 원종현의 회상이다.

기존의 팔 스윙과 그립으로 던지는 슬라이더는 신재영(넥센), 신정락(LG) 등 사이드암 투수들의 그것과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횡슬라이더도 충분히 위력적인 공이지만, 원종현은 본인에게 딱 맞는 변화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NC 포수 김태군은 “기존에는 슬라이더가 횡으로 휘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슬라이더가 종으로 휘기 시작하더라. 꾸준한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 공”이라고 강조했다.

NC 원종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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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수 슬라이더는 노력의 산물

박명환 코치는 “(원)종현이가 성실하게 열심히 한 결과”라며 손사래를 쳤다. ‘노력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선수마다 손가락 크기와 그립이 다르다. 기존에 내가 던지던 슬라이더의 그립은 손가락 안쪽을 떨어트리고 던졌다. 종현이는 공과 손가락 안쪽을 붙여서 던지게 했다. 손목을 세운 뒤에도 네트 스로잉 등의 훈련을 통해 구종을 잘 가다듬었다. 지도를 받아들이는 것은 선수 본인의 몫인데, 종현이가 정말 열심히 잘했다”고 공을 돌렸다.

한화 투수코치를 지낸 MBC스포츠+ 정민철 해설위원은 “손가락의 힘도 뒷받침돼야 한다. 본인이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다”며 “원종현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 슬라이더가 더 위력을 발휘한다. 종으로 휘는 변화구는 히팅포인트가 하나뿐이다. 직구 타이밍에 배트가 나가면 대처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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