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자’로 비교해보는 한-미-일 가을야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9시 30분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히어로즈와 LG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나인뮤지스 경리가 시구를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히어로즈와 LG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나인뮤지스 경리가 시구를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시구(始球, First Pitch). 심판이 플레이볼을 외치기 직전, 첫 공을 던지는 시구자는 팬들이 한번쯤 꿈꿔보는 위치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선 시구자가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큼 관심이 높다. 그러나 팬들이 시구자의 존재를 알아차린 뒤 실망하는 사례는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이유는 하나. 연예인과 정치인 등 천편일률적인 시구자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의 현실은 어떨까. 3개국의 시구자 특색을 알아본다.

걸그룹 ‘에이핑크’ 손나은이 시구를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걸그룹 ‘에이핑크’ 손나은이 시구를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연예인 시구로 점철된 한국의 가을야구

먼저 한국의 가을야구 시구자는 ‘연예인’이 주를 이룬다. 10일 LG와 KIA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으로 출발한 올 가을야구는 25일까지 총 10경기가 열렸는데, 시구자는 대부분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들이었다. WC 1차전에서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이 나선 이후 준PO가 막을 내릴 때까지 6경기 모두 연예인이 시구를 맡았다. PO 3~4차전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계속됐다.

포스트시즌 시구는 무대에 따라 선정주체가 다르다. WC 결정전과 준PO, PO는 모두 홈팀이 주관하는 반면, 한국시리즈는 KBO가 시구자를 선정한다. 아직 한국시리즈에 접어들지 않은 올 가을야구에선 모두 홈팀이 연예기획사에 시구를 요청했다.

연예인 시구가 유독 많은 이유는 화제성 때문이다. 팀은 인지도 높은 인물로 관중을 불러 모을 수 있고, 기획사는 연예인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팀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선수들 혹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인물들은 가을야구에선 뒷전이다.

티토 프랑코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티토 프랑코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미국과 일본, 전설 모시고 지역 체육인 초청하고

반면 100년 넘은 역사를 지닌 미국 메이저리그(ML)의 포스트시즌에선 연예인의 시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홈팀의 전설적인 선수들이 팬들 앞에 나서 추억을 공유하곤 한다.

7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이 좋은 예. 이날 시구자는 클리블랜드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아버지인 티토 프랑코나가 선정됐다. 단순히 감독의 혈육이라는 이유로 시구를 맡은 것은 물론 아니다. 티토 프랑코나는 1959년부터 1964년까지 클리블랜드의 외야수로 활약했던 인물. 전설로 남은 여든 셋의 노신사는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힘차게 공을 뿌렸고, 홈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일본프로야구(NPB)의 상황은 복합적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연예인들의 시구 빈도가 높지만 팀의 레전드가 시구를 맡는 경우도 왕왕 있다. 특이점은 해당 지역을 연고로 한 타 종목 프로선수들이 시구를 맡는다는 사실. 일본야구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일본 역시 포스트시즌 시구자는 홈팀에서 선정하지만 한국과 달리 지역 연고의 스타플레이어가 시구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물론 KBO리그에도 변화의 조짐은 있다. 천편일률적인 시구에서 벗어나 공익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한국의 가을야구에 물들고 있다. KBO 문정균 홍보팀장은 “KBO 전담부서에서 한국시리즈 시구자를 놓고 고심한다”며 “다른 조건보다 공익적인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시구자를 엄선한다”고 말했다.

스토리도 중요시된다. 올 PO 1~2차전 시구자는 NC가 지역 연고에서 의미 있는 인물을 추려 결정했다. 1차전에선 육종암을 극복한 위주빈 군(김해 내동중 1학년)이 시구를 맡았고, 2차전에선 2016리우올림픽 사격 남자 50m 소총 은메달리스트 김종현(창원시청)이 그 뒤를 이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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