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이 또 한 번 파격을 택했다. 2012시즌이 끝나고 염경엽 당시 주루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때와 또 다르다. 이번에는 장정석(43) 운영팀장에게 감독직을 맡겼다. 계약 조건은 3년 총액 8억원(계약금·연봉 각 2억원). KBO리그 10개 구단 사령탑 중 최연소다. 선수 경험이 있고, 오랜 프런트 생활을 경험했지만, 지도자 경력이 없는 인물에게 지휘봉을 맡긴 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장 감독은 1996년부터 2003년까지 현대와 KIA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현대에서 프런트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고, 히어로즈 창단 후에는 지난 9시즌 동안 거의 전 경기를 현장에서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선수단과 교감하며 팀의 성장에 힘을 보탰다. 장 감독을 오랫동안 지켜본 한 인사는 “넥센이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면서도 “오랫동안 구단에 몸담으며 선수단과 프런트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잘했다”고 했다. 넥센 구단관계자도 “장 감독이 코치진과의 교감은 물론 선수단에 대한 뛰어난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 이장석 대표이사 “장정석 감독, 필드매니저로서 적임자”
이장석 넥센 대표이사는 26일 오후 장 감독을 불러 감독직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선입견과 편견이 없어 오픈마인드로 귀를 열고 코치진과 함께 선수단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을 뽑는 것”이라는 선임 기준을 제시했다. ‘현장 지도자 경험이 없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도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며 “오히려 현장에서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에 선입견도 없다. 다시 말해 하얀 캔버스와 같다. 코치진과 각 파트의 조언을 거부감 없이 써 내려갈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이미 우리는 각 파트에서 권한과 역할만 주어지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코치진과 프런트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각 파트의 이해관계를 가장 슬기롭게 풀어내고 조율할 수 있는 필드매니저가 필요했고, 장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장정석 감독, 믿음과 소통으로 다가간다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장 감독은 “어제 대표님이 부르셔서 평소와 다름없이 방에 들어갔는데, 감독 제의를 하셨다. ‘믿음’을 강조하신 부분에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프런트 생활을 하며 팀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장 감독도 이 부분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진 않았지만, 등 뒤에서 선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점에 불만을 가졌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며 “또한 국제팀과 함께 메이저리그(ML) 시스템을 많이 분석했다. 그 토대가 되는 부분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다. 이는 분명한 강점이 될 것이다. 우리 시스템이 안정돼있고, 선수층이 두텁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장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우리’다. 선수들이 매니저, 운영팀장 때와 달리 감독을 어렵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장 감독은 “선수 중심의 야구를 하고 싶다”며 “개인보다 ‘우리’와 ‘우리 팀’을 강조하고 싶다. 그 습관이 몸에 배야 한다. 감독이 되면서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를 동네 형으로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