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는 상대 포수의 기를 살려주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포수의 타격이 잘되면 투수 리드에서도 더 안정감이 생긴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내준 김경문 NC 감독은 30일 2차전을 앞두고 두산 포수 양의지의 활약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양의지는 전날 타석에서는 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마운드에 오른 투수 니퍼트와 이용찬, 이현승의 완벽한 투구를 도우며 11이닝을 무실점으로 이끌었다. 특히 타자의 리듬을 빼앗는 공 배합과 수 싸움이 돋보였다.
두산 감독 시절 양의지를 지도했던 김 감독은 “의지가 이제 타자들을 능수능란하게 상대한다. 박경완(현 SK 코치)이 현역 시절 타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공 배합을 이끌었는데 의지가 그렇게 한다”라고 경계했다.
김 감독의 예상대로 양의지는 2차전에서도 NC 타자들의 허를 찔러 가며 선발 장원준을 리드했다. 김 감독이 NC 타자들 중 노림수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한 박석민과 이호준도 공 배합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박석민은 장원준의 구질을 예상하고 배트를 움직였다가 타이밍이 맞지 않아 여러 번 움찔했다. 박석민은 장원준에게 끌려다니며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양의지는 타석에서도 2회 안타와 4회말 선취 적시타를 터뜨리며 신바람을 냈다. 타석에서 기가 살아난 양의지의 리드는 고비 때마다 빛났다. 8회초 1-1 동점을 허용하고 2사 1, 2루 위기에서 양의지는 박민우를 상대로 몸쪽 낮은 공을 유도해 삼진을 이끌어 냈다. 8회말에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2차전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양의지는 “장원준의 공에 힘이 있어서 초반에는 주로 직구를 쓰게 하고 나중에 오른손 타자에게 슬라이더, 왼손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활용하도록 한 것이 잘 들어맞았다”라며 “2회 안타 하나 때문에 기분 좋은 상태에서 수비를 하다 보니 리드도 잘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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