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은 요즘 외국인선수 알레나 버그스마(26)의 활약에 싱글벙글이다.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사만다 미들본이 개인사정으로 합류한 지 2주 만에 도중하차해 기존 계획이 틀어졌지만, 지나간 일은 잊고 새판을 짜고 있다. 이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알레나는 애초 실력보다 ‘미스 오리건’ 출신의 경력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미들본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컸던 터라 부랴부랴 뽑은 알레나에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듯했다. ‘190㎝의 장신 공격수’ 외에 다른 수식어는 없었다. 게다가 처음 합류했을 때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서 감독조차 “처음에는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이 같은 우려를 완전히 상쇄하고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코트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다”던 알레나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KOVO컵 4경기에서 경기당 22득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뽐내더니, 올 시즌 V리그에선 4경기에 출장해 경기당 득점(28.25점)은 물론 블로킹(세트당 1.154) 부문 1위에 오르며 반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또 1일 도로공사전에서는 26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첫 승을 이끌었다. 서 감독이 KGC인삼공사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거둔 첫 승이라 의미를 더했다.
서 감독은 “미들본은 센터와 라이트를 겸하는 선수라 다양한 공격패턴을 염두에 뒀다. 이 부분에 맞춰 훈련을 많이 했는데, 엇박자가 났다”며 “알레나는 정통 라이트 공격수라 큰 공격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선수들과 친해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도 보기 좋다. 여기에 국내선수들이 힘을 보태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터에서 공격수로 변신한 한수지와 신인 지민경의 활약이 더해지면 이상적인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있다. 서 감독이 한수지에 대해 “포지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줘 고맙다. 이러한 부분들로 인해 높이가 살아나고, 팀에 보탬이 된다”고 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알레나는 “대체선수인데 얼마나 잘해줄지 궁금하다”고 했던 서 감독의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이에 대해 묻자 서 감독은 “처음에는 미운오리였는데, 이제는 백조가 됐다”며 유쾌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