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라클’을 넘어 ‘퍼펙트’다. 두산이 2016시즌 통합 패권을 차지하며 기적의 팀에서 완벽한 강자로 거듭나게 됐다.
● 2001년과 2015년, ‘미라클’의 두산
두산은 2000년대 들어 미라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1세기 이후 차지했던 한국시리즈(KS) 우승들이 모두 기적과도 같았기 때문. 두산은 올 시즌 전까지 전신 OB 시절을 포함해 총 4차례(1982, 1995, 2001, 2015년) K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82년 원년 우승과 1995년 우승은 모두 정규시즌에서 1위(원년은 전기리그 우승)를 차지한 뒤 곧바로 KS에 직행해 따낸 열매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선 그 과정이 180도 달랐다.
2001년 두산은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치고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한 단계씩 걸어 올라갔다. 준PO에서 한화를 꺾은 뒤 PO에서 현대를 누르고 삼성마저 누른 두산. 당시 10승 투수 한명 없었지만 잇몸 작전으로 기적을 일궈냈다. 두산에 ‘미라클’이라는 단어가 붙은 시점도 바로 이때였다.
지난해 KS 우승 역시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두산은 2001년과 마찬가지로 시즌 순위를 3위로 마친 뒤 같은 과정을 밟고 정상을 차지했다. 준PO 4차전에서 넥센을 상대로 7점차 뒤집기 승을 거둔 저력을 시작으로 PO에서도 NC를 5차전 공방 끝에 제압했고, 5년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던 삼성 역시 단칼에 제압했다. 준PO부터 출발해 KS우승을 거머쥔 사례는 2001년과 2015년의 두산만이 지니고 있다.
● ‘퍼펙트’한 두산, 왕조 기틀도 세웠다
그러나 올 시즌은 앞선 2000년대 우승과는 달랐다. 올해 두산은 역대 한 시즌 최다승(93승)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가을야구 역시 한국시리즈, 단 하나만을 치러야했다. 21년만의 KS 직행에 우려도 존재했다. 실전감각이 부족하리라는 예측부터 업셋팀의 이미지를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두산은 그러나 이러한 편견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1차전 승리를 시작으로 2차전과 3차전 그리고 4차전까지 기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번 우승으로 두산은 구단 역사상 첫 KS 2연패라는 업적도 함께 달성했다.
두산의 2016시즌 통합우승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한다. 일단 주축선수들이 한결같이 젊다. 타선 핵심인 민병헌(29)과 양의지(29), 김재환(28) 등 대부분이 20대 선수다. 또 정수빈을 제외한 타자들이 모두 군 복무를 마쳤다는 점도 희망적인 요소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전력을 갖춘 2016시즌의 두산. 이제 왕조의 서막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