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통합 패권을 차지한 두산은 유망주들의 군 입대 문제에 있어 가장 매끄러운 교통정리를 선보인 팀이다. 될성부른 떡잎은 미리 군복을 입혀 훗날을 도모한 두산의 전략은 올 시즌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올 가을야구를 살펴보면 전략의 성과가 도드라진다. 두산이 한국시리즈(KS)에서 내세운 주전야수 9명은 모두 군 복무를 마친 선수들이었다. 주장 김재호(2008년 상무 제대)부터 동갑내기 막내 허경민(2012년 경찰청)과 박건우(2013년 경찰청)까지, 타선은 물론 마운드 주축 대부분이 군경 야구단에서 예비역 신분을 얻었다. 젊은 선수들의 발빠른 입대가 KS 우승의 밑거름으로 작용한 것이다.
두산 김승호 운영팀장은 이 같은 두산의 입대 전략을 놓고 ‘유연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김 팀장은 “선수들의 입대시기를 정할 때 입단 연차를 일괄적으로 적용하지는 않는다”면서 “고졸과 대졸 여부, 팀의 전력 상황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유연하게 입대시기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고졸선수의 경우 2~3년을 여유있게 지켜본 뒤 입대시기를 결정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 반면 대졸선수의 경우 가능성이 보이면 바로 입대를 시키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2군 혹은 1군에서 기회를 부여해 군경 야구단 입대에 필요한 성적을 쌓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팀의 전력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1군에서 필요로 한 선수를 군에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전력도 고려한다. 2~3년 후에 필요성이 커질 유망주들은 미리 입대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 뒤엔 나름의 입대 전략도 숨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