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23)과 유창식(24) 그리고 이성민(26). 승부조작의 마수는 결국 앞날이 창창한 투수들의 현재와 미래를 짓밟았다. 2014년 박현준과 김성현, 두 영건이 승부조작의 악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쇠고랑을 찼던 장면은 불과 2년 만에 재현될 처지다.
범죄 세력은 승부조작 가담이 용이한 투수들을 항상 노려왔다. 그중에서도 선수생활이 안정되지 못한 젊은 투수들은 마수의 첫 번째 접근대상이었다. 사석에서 접근하기 쉬울뿐더러 유독 넉넉지 못한 지갑 사정은 젊은 투수와 승부조작의 연결고리로 통했다.
올해 가장 먼저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난 이태양은 국가대표팀에 발탁될 만큼 출중한 실력을 지닌 사이드암 투수였다. 지난해 선발로 25경기에 나와 10승5패 방어율 3.74로 활약하며 데뷔 첫 10승의 기쁨을 맛봤고, 시즌을 마친 뒤엔 2015프리미어12에도 합류해 우승의 순간을 함께 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 날개를 펼친 지난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던졌다.
유창식은 이태양보다도 먼저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알린 유망주였다. 광주일고 3학년 때 ‘제2의 류현진’이라 불리며 메이저리그(ML)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한 유창식. 그러나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국내 잔류를 택하고 한화와 KIA 유니폼을 차례로 입었다. 프로에선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장차 한국야구를 이끌 좌완선발로 매번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에도 유창식은 지난 7월, 한화 시절이던 2014년 승부조작 가담을 자수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7일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2014년 NC 시절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난 이성민 역시 앞선 두 명 못지않은 유망주였다. 그가 프로에 입성한 과정과 팀을 옮겨 다닌 행보가 이를 말해준다. 2012년 당시 1군 진입을 목전에 두던 NC는 신생팀 우선지명대상자로 영남대 우완투수 이성민을 호명했다. 곧바로 1군 무대 투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바로 2년 뒤엔 kt가 신생팀 특별지명대상자로 이성민을 택했고, 지난해엔 롯데가 대형 트레이드로 그를 데려오기도 했다. 세 팀 모두 이성민에게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는 증거다.
그러나 소속팀과 팬들의 기대와 응원을 뒤로한 채 세 명의 유망주는 승부조작에 가담해 자신들의 앞날을 스스로 차버렸다. 이성민의 경우 현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망은 이미 좁혀진 상태다. 이러한 젊은 선수들의 몰락은 앞으로도 KBO는 물론 한국야구계가 왜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아야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미 한국야구는 너무나도 많은 새싹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