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정조국(32)이 그의 2016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환한 미소를 얼굴 한가득 머금었다.
정조국은 8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오스마르(FC서울)와 레오나르도(전북현대)를 제치고 생애 첫 클래식(1부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2003년 신인상을 품에 안은 뒤로 13년만이다. 이날 정조국은 클래식 베스트11 공격수 부문과 득점왕까지 휩쓸며 3관왕의 영예를 누렸다. 친정팀 서울에서 침체기를 겪다 올 시즌을 앞두고 광주에 새 둥지를 틀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그는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이 상을 주시려고 그랬나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로의 이적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정조국은 서울의 전신인 안양LG를 통해 프로에 첫 발을 내디딘 ‘원 클럽 맨’이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11경기에 출전해 1골·1도움에 그쳤다. 경기를 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그는 “그라운드에 나가고 싶었고, 자신이 있었다. 내가 어떻게 지킨 자리였는지 알았기에 아내도 나만큼 마음 아파했다”며 “너무 혼란스러웠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내게 가장 큰 사건이었다”고 이적 과정을 되돌아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정조국은 올 시즌에만 31경기를 뛰며 20골·1도움으로 스트라이커로서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 그는 “좋은 선택이었다. 나를 향한 시선도 달라졌다. 축구선수는 그라운드 안에 있을 때 진정한 선수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웃었다. 3월 12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클래식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광주 유니폼을 입고 뽑아낸 첫 골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첫 경기에 나갔을 때야 이적을 실감했다. 그 날의 첫 골 덕분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광주는 포항과 3-3으로 비겼지만, 정조국은 2골을 터트리며 성공적인 이적의 시작을 알렸다.
정조국에게는 다시 달려 나가야 할 이유가 있다. 그의 원동력인 가족이다. 정조국은 이날 MVP 수상을 위해 시상대에 오르기 전에도 아들 정태하 군과 진한 축하의 입맞춤을 나눴다. 그는 “가족은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존재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더욱 책임감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축구선수 정조국을 가장 좋아하는 정태하 어린이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국(전북) 선배를 롤 모델로 삼아 올해만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롱런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