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신인왕이 2016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한때 촉망받던 젊은 선수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누구보다 어려운 과정을 겪어서인지, MVP 수상자로 호명 받고 단상에 선 그는 감격에 겨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올해 광주FC 유니폼을 입고 화려하게 ‘부활한’ 정조국(32·광주F)이 생애 처음으로 K리그 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정조국은 8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됐다. 올 시즌 20골을 터트리며 2013년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첫 클래식(1부리그) 20골대 득점왕을 차지한 그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109표 중 46표를 받아 ‘별 중의 별’로 우뚝 섰다. 클래식 우승팀 FC서울 오스마르는 39표, 준우승팀 전북현대 레오나르도는 24표를 각각 받았다.
광주는 올 시즌 클래식 8위에 올랐다.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비 우승팀 소속 MVP는 안정환(1999년), 김은중(2010년), 김신욱(2013년)에 이어 정조국이 역대 4번째다. ‘우승팀=MVP 배출’이 공식처럼 굳어진 상황이었지만, 올 시즌 정조국의 활약은 ‘우승 프리미엄’을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2003년 신인왕 이후 상복이 없었던 정조국은 MVP와 득점왕뿐 아니라 베스트11 공격수로도 선정돼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서울에 몸담는 동안 ‘잊혀진 선수’로 마음고생을 했던 정조국은 “한 물 갔다는 평가에 반론조차 할 수 없었던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며 올 시즌을 앞두고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광주로 이적했고, 새 둥지에서 화려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MVP를 수상한 뒤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이런 상을 주시려고 했나 보다”며 아내인 탤런트 김성은 씨와 아들 정태하 군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신인왕 격인 영플레이어상의 영예는 안현범(제주 유나이티드)에게 돌아갔다. 프로 2년차인 안현범은 올 시즌 8골을 뽑아 제주가 클래식 3위를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클래식 감독상은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고 전북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짜릿한 1-0 승리를 거두며 우승컵을 거머쥔 서울 황선홍 감독이 받았다. 황 감독은 포항 사령탑 시절이던 2013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최고 감독 자리에 올랐다.
클래식 베스트11에는 골키퍼 권순태(전북), 수비수 정운(제주)-오스마르-고광민(이상 서울)-요니치(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레오나르도-이재성-로페즈(이상 전북)-권창훈(수원삼성), 공격수 정조국-아드리아노(서울)가 선정됐다. 챌린지(2부리그) MVP는 20골로 득점왕에 오른 김동찬(대전 시티즌)이 받았고, 감독상은 클래식 자동승격 자격을 얻어낸 대구FC 손현준 감독대행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