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수상 소감만 준비했는데….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이 상을 받으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내조해 준 아내와, 축구선수 정조국을 가장 좋아하는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1, 2위가 아닌 팀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나왔다.
8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 받은 선수는 클래식(1부) 최초로 시즌 20골을 기록하며 첫 득점왕에 오른 정조국(광주)이었다. 베스트11 공격수로도 처음 선정된 정조국은 3관왕에 오르며 생애 최고의 날을 보냈다. 프로축구가 1983년 출범한 뒤 3차례만 빼고 MVP는 모두 우승 팀에서 나왔다. 3차례의 예외에서는 준우승 팀의 선수가 MVP였다. 광주는 올 시즌 8위였다.
2003년 안양(현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해 그해 12골을 뽑으며 신인왕을 차지했던 정조국은 10년 가까이 서울의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2010년에는 13골을 넣어 팀 우승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출전 시간이 줄었고, 득점도 함께 줄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4년 K리그에 복귀한 정조국은 지난해 11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총 출전 시간은 640분으로 경기당 평균 60분도 뛰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아들 태하(6)가 물었다.
“아빠는 왜 안 뛰어?”
그 말 한마디가 정조국이 자신의 축구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서울과의 계약이 끝나자 그는 광주로 옮겼다. 정조국은 “서울을 떠난다는 말에 아내(배우 김성은 씨)는 한동안 ‘멘붕(멘털 붕괴)’이었다. 그래도 내 결정을 존중해 줬다”고 말했다. 아내는 물론이고 아빠가 득점왕을 확정한 날 ‘날뛰면서 좋아했던’(정조국의 표현) 아들은 이날 시상식장에서 아빠가 MVP 트로피를 품에 안는 모습을 지켜봤다. 정조국은 “욕심을 부리면 체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그래서 MVP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적을 앞두고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믿고 중용해 주신 남기일 감독님과 공격수인 나를 위해 희생하며 도와준 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역시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에 있을 때 빛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게 해 준 한 해였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의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이끈 황선홍 감독은 기자단 투표에서 109표 중 70표를 받아 최강희 전북 감독(2위·33표)을 제치고 K리그 클래식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 6월 최용수 감독(현 장쑤 쑤닝 감독)에 이어 서울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은 6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전북(2위)을 1-0으로 꺾고 승점 3점 차의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황 감독은 “우승은 사실상 최 감독의 몫이 더 크다. 나는 마지막 한 경기만 잘한 것 같다”며 “감독상 트로피를 쪼갤 수 있다면 반은 최 감독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챌린지(2부) MVP는 20골로 득점 1위를 차지한 김동찬(대전)이, 챌린지 감독상은 클래식 자동 승격 티켓을 얻은 대구FC의 손현준 감독대행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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