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58) 감독은 NC와 다시 한 번 동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웃지 못했다.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은 재계약이 발표된 9일 “팀이 어려울 때 책임을 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며 “사건사고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한 선수들, 코치들이 있다. 감독 이전에 야구 선배로서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열심히 내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NC는 9일 “김경문 감독과 3년 계약금 5억원·연봉 5억원, 총액 20억원에 재계약했다”며 “김 감독이 지난 5년간 신생팀을 상위권으로 이끈 점을 높이 평가한다. 신구세대의 조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김 감독을 재신임했다”고 발표했다.
총액 20억원은 2013년말 3년간(2014~2016년) 총액 21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5억원)에 계약한 류중일 전 삼성 감독에 이어 역대 공동 2위다. 2014년말 3년간(2015~2017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5억원)에 계약한 한화 김성근 감독과 같은 금액이다.
NC가 김 감독과 재계약을 합의한 시점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직후였다.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NC 김택진 구단주는 김 감독과 만나 계속 팀을 이끌어주기를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재계약을 합의했지만 구단은 이 사실을 공표하지 못했다. 배석현 단장과 김종문 운영본부장 등 구단 관계자들이 이성민의 승부조작을 은폐하고 kt에 10억원을 받고 양도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7일 경찰 조사가 발표되자 연대책임론이 거론되면서, 유력했던 김 감독의 재계약 여부도 오리무중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NC는 흔들림 없이 김 감독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2011년부터 제9구단 NC의 지휘봉을 맡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신생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군 진입 첫해였던 2013년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더니, 2014년부터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을 만들었다. 올해는 1군 진입 불과 4년 만에 팀을 한국시리즈(KS)까지 이끌었다. 가을야구도 2014년 준플레이오프(준PO), 2015년 PO, 2016년 KS까지 매년 한 단계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KBO리그 역사와 함께한 6개 팀을 제외하고, 창단 감독 중 유일하게 재계약에 성공한 주인공이다. NC는 2014년 1월 스프링캠프에서 잔여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김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맺는 파격 행보를 보여줬다. 그만큼 김 감독에 대한 신뢰가 깊었다. 김 감독도 구단이 보여준 신의에 매년 호성적으로 보답했다.
김 감독도 고민이 많았지만 끝까지 팀과 함께 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1년 내내 한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2011년 창단과 성장을 함께 한 팀이다. 어려운 상황도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다이노스 팬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한 선수들과 코치들을 생각해서라도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재계약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