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KOVO 역사상 최고의 레프트로 석진욱(현 OK저축은행 수석코치)을 꼽는다. “그 포지션에서 그만한 만능선수가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왕조’를 함께 건설했기에 그 가치를 더욱 잘 안다.
현대캐피탈 감독이 된 현실 속에서 대형 레프트 자원은 최 감독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리고 최 감독은 마침내 답을 찾아냈다. 완성형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할 과제라 최 감독 성격에 딱 맞다. 최 감독이 찍은 선수는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한 신예 허수봉(18)이다. 대한항공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허수봉을 트레이드 영입하기 위해 현대캐피탈은 센터 진성태(23)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최 감독은 8일 구미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지금도 (진)성태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최 감독은 허수봉이 오자마자 병원부터 보냈다. 성장판검사를 시켰다. ‘키가 지금보다 5㎝는 더 자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성장만 잘하면 2m 대형 레프트가 탄생한다. 최 감독은 “잘만 키우면 이경수 만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수는 KOVO 역대 최다득점(3841점)을 올린 공격형 레프트였다. 이경수의 키가 197㎝였는데, 허수봉은 그 이상의 하드웨어를 갖춘 셈이다.
KOVO 규정상 허수봉은 올 시즌 V리그에서 뛰는데 문제가 없다. 8일 KB손해보험은 드래프트 전체 1지명의 세터 황택의를 데뷔시켰다. 그러나 최 감독은 “아직 허수봉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잘랐다. 올 시즌 코트를 밟을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실제 KB손해보험전에 허수봉은 따라왔지만 나머지 선수들과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훈련했다.
최 감독은 준비 기간, 허수봉의 몸을 강화시킬 생각을 내비쳤다. 70㎏에 불과한 체중을 10㎏ 이상 끌어올릴 방침이다. 시즌을 버틸 체력과 근력을 요구한 것이다. 최 감독은 “1년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트 이경수’로 개조되는 허수봉의 성장과정을 보는 것. 현대캐피탈 배구에 눈을 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