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 18명중 15명이 즐겨
트럼프, 전 세계 골프장 18개 소유… 대학시절 입문해 공식 핸디캡이 3
경기 매너는 낙제점이라는게 정설 “사기 골프의 대가” 비난도 많아
미국 대선에서는 골프를 즐기는 후보가 당선된다는 속설이 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18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15명이 정기적으로 골프를 쳤다. 4년 전 대선에서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골프를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던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연임을 노린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다.
골프 사랑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대선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전 세계에 골프장 18개를 소유한 부동산 재벌로 골프에 대한 관심만 보면 역대 최고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시절 골프에 입문한 트럼프의 공식 핸디캡은 3이다. 보통 70대 중반을 친다는 의미다. 그는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블루티에서 기록한 66타가 베스트 스코어다. 아직도 드라이버로 285야드를 날린다”고 자랑했다.
트럼프는 올 3월 바쁜 선거 유세 일정을 쪼개 자신이 갖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 주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챔피언십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등 골프 단체들은 트럼프가 유세 도중 인종 차별을 한 데 반발하며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는 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트럼프는 “내가 당선되면 내 골프 실력은 줄겠지만 골프계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트럼프는 자신 소유의 골프장인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찾아 전인지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트럼프는 전인지에게 “US여자오픈 우승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많이 우승하라”는 덕담을 건넸다.
쇼맨십이 강한 트럼프의 골프 매너는 낙제점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는 60대 타수를 수도 없이 쳤다고 주장하지만 확인이 되지 않는다. ‘사기 골프의 대가’라는 비난도 많다. 가수 앨리스 쿠퍼는 “트럼프와 공을 친 적이 있는데 최악의 속임수 골퍼를 꼽는다면 아마 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컨시드를 주거나, 알까기도 부족해 공을 2개 쳐서 그중 좋은 타수를 스코어카드에 기입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싱 영웅 오스카 데라 호야는 “트럼프와 같이 골프를 치는데 첫 홀에서만 멀리건을 세 번이나 썼다”고 폭로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골프 청문회에 불려갈 만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런 비판에 대해 번번이 “그런 일 없다”며 부인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골프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불황의 여파로 헐값으로 떨어진 골프장을 사들여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명문 코스로 변신시켰다. 물론 자신의 재테크 수단이었기는 해도 골프 비즈니스를 되살린 공은 있다는 평가다. 원형중 이화여대 교수는 “골프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던 트럼프가 골프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균 경희대 교수는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 가치는 분명 더욱 상승할 것이다. 대통령에게 골프가 여전히 금기시되는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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