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꺾고 아르헨티나에 첫 우승을 안긴 메노티 감독이 한 말입니다. 승패를 다투는 축구에 이데올로기가 있다? 언뜻 머리를 갸우뚱할 수 있지만 메노티 감독은 스타일을 잣대로 삼아 ‘이데올로기 축구’를 좌파와 우파로 나눕니다.
우익축구는 이기는 것이 최고의 가치입니다. 승리지상주의죠.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베를린 장벽처럼 수비망을 견고하게 쌓고 역습을 노리는 게 전형적이죠. 수비 중시 축구이니 재미가 없습니다. 지루합니다. 이탈리아 축구가 우익의 선봉입니다.
좌익축구는 공격적입니다. 승부를 중시하지만 어떻게 이기느냐에 방점을 찍습니다. 화려한 테크닉을 최고의 가치로 삼습니다. 재미있습니다. 그러니 광팬들도 많습니다. 브라질 축구가 대표적이죠.
중도를 걷는 노선도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을 지낸 알렉스 퍼거슨이나 현 맨유 감독인 조세 무리뉴는 좌·우를 넘나들며 장점만을 살린 ‘중도파’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의 스펙트럼은 어디쯤일까요? 15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서 이겼지만 신바람이 나지 않습니다. 이날 경기는 슈틸리케의 운명을 결정짓는 ‘단두대 매치’였습니다. 최근 박근혜대통령 상황과 비교해 “패하면 ‘탄핵’이요, 비기면 ‘하야’, 겨우 이기면 ‘질서 있는 퇴진’을 해야 한다”며 슈틸리케를 압박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벼랑에 선 한국축구를 구해 달라’는 간절한 ‘혼’을 담은 축구팬들의 염원에 ‘우주’가 응답해서인지 2-1로 이겨 ‘탄핵’은 면했지만 슈틸리케에 대한 지지율은 ‘5%’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임 초창기 ‘갓틀리케(GOD+슈틸리케)’라고 치켜세우며 ‘축구의 신’으로 불렸던 슈틸리케가 왜 이렇게 됐을까요? ‘한국다운’ 축구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빠른 공격과 과감한 돌파, 심장이 두 개 달린 것처럼 뛰는 ‘된장축구’가 월드컵 최종예선에 들어서면서 사라졌습니다. 공격은 답답하고 수비는 불안합니다. 선수 선택과 작전의 지지율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슈틸리케 축구는 좌익도 우익도 아닌 ‘무뇌축구’라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월드컵 최종예선이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한국축구는 ‘축구’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만의 하나 러시아월드컵 진출에 실패한다면 국민들의 허탈감뿐만 아니라 ‘월드컵 특수’라는 경제까지 앗아갑니다. 그러기에 슈틸리케 감독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언제쯤 ‘슈틀리케(슈틸리케+틀렸다)’에서 ‘갓틀리케’로 다시 돌아올까요. 시간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