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스토브리그 1호 FA(프리에이전트) 이적생이 된 이원석(30)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생애 첫 FA 계약을 맺었다는 뿌듯함과 함께 8년간 정든 팀을 떠나야한다는 아쉬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삼성이 이원석을 4년 총액 27억원(연봉 3억원, 계약금 15억원)에 영입한다고 공식발표한 21일, 그의 에이전트(몬티스스포츠)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이원석을 만났다.
2005년 롯데 입단 후 2008년 말 홍성흔의 FA 보상선수로 두산에 몸담은 지 벌써 8년. 이제 보상선수 꼬리표를 떼고 어엿한 FA로 대구에 새 둥지를 틀게 된 그는 “보상선수에서 FA선수가 되니 감회가 새롭다”면서도 “군 입대를 앞두고 하늘나라로 떠나신 아버지의 소원이 내가 FA 계약을 맺는 모습이었다”며 조심스레 눈시울을 붉혔다.
● “삼성이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FA 계약 축하한다. 소감 먼저 듣고 싶다.
“일단 기쁘다. 고민 끝에 FA를 신청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구단(삼성)에서 나를 좋게 평가해줬고 진심으로 환영해줬다. 축하해주신 주위 분들과 팬들께도 감사드린다.”
-구체적인 협상 과정은 어떻게 됐나.
“일단 먼저 만난 쪽은 두산이었다. 한 차례 이야기를 나눈 뒤 다른 구단에서도 연락이 왔다. 그 가운데 삼성이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통화 등으로 구체적인 조건을 조율한 뒤 어제(20일) 대구로 내려가 도장을 찍었다.”
-삼성의 어떤 자세가 마음을 흔들었나.
“보도자료에선 진정성이란 표현을 사용했는데 일단 그 부분이 맞다.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 느낌을 삼성이 가장 많이 전달해줬다. 거기서 마음이 움직였고, 협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협상 과정에서 의견 차이는 없었나.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삼성에서 최대한 배려해줬고, 서로 만족할만한 조건에 동의할 수 있었다.”
-FA 신청까지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신청 당일까지 고민을 했다. 에이전트와도 계속 이야기를 나눴고…. 그래도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한국시리즈(KS)에서 벤치를 지키며 여러 생각을 했다.”
-두산 쪽에도 FA 계약 사실을 알렸을 텐데.
“삼성과 협상이 끝나갈 무렵 두산에도 연락을 취했다. 삼성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고.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 김태형 감독님께서 오늘 오전에 축하인사차 연락을 주셨다.”
-떠나는 입장에선 아쉬움도 따를 듯하다.
“정이 많이 들었다. 동료선수들도 그렇고 감독·코치님들까지. 또 야구인생에서 꽃을 피운 팀 아닌가. (홍)성흔이형도 오늘 아침에 전화를 주셨더라. 축하와 격려를 함께 건네주셨다. 형에게서 많이 배웠는데 멀어지게 돼 아쉽다.”
● FA 보상선수에서 FA 이적선수가 되기까지
-이원석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모범 보상선수’다.
“감회가 남다르다. 8년 전에는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와 구단이 모두 선택해서 팀을 옮기게 됐다. 그때는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당시와 심정도 다를 듯하다.
“2008년 겨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허무했다. 어릴 때였으니까 구단(롯데)에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뿌듯하다. 버티고 버텨서 FA가 되지 않았나(웃음).”
-어떤 자세가 지금의 보상선수 신화를 만들었나.
“독한 마음을 품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연습으로 실력이 쌓이니 자신감도 생기더라.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두산에 처음 와서 낯도 많이 가렸지만 지금은 내성적이지는 않다. 특히 (오)재원이형, (양)의지, (오)재일이랑 꼭 붙어 다니며 성격이 활발해진 듯하다.
-어렵사리 FA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 누가 떠오르던가.
“아버지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2년 전 군 입대를 앞두고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런데 아버지 소원이 내가 FA 계약을 맺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
-이제 야구인생 3막이다. 광주를 거쳐 부산, 서울 그리고 대구까지 왔다.
“너무 옮겨 다니면 좋지는 않은데…. 그래도 상황이 바뀌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프로라면 받아들여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두산에서 너무나도 많은 기회를 받았다. 이제 삼성에서 다시 기회를 줬으니 여기에 보답하는 방법밖에 없다.”
-삼성에 친한 선수들은 있나.
“그게 걱정이다. 두산처럼 친분 있는 선수들이 많은 편은 아니다. (이)지영이형이랑 (김)정혁이형 그리고 상무에서 함께 뛴 (김)헌곤이 정도다. 삼성은 물론 대구에도 지인들이 없다. 8년 전처럼 새로운 선수들과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새 둥지에서 다시 경쟁할 일만 남았다.
“어디든 마찬가지이지만 경쟁은 필수다. 비록 삼성이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진 못했어도 전력이 탄탄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의 선택이 후회되지 않도록 성적으로 말하겠다.”
-공교롭게도 삼성 김한수 신임감독이 걸출한 3루수 출신이다.
“원래 김 감독님 스타일을 좋아했다. 조용하면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팀을 이끌지 않나. 생각해보면 나 역시 감독님 플레이와 얼추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많이 질문하며 배워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매년 있을 보상선수들에게 한마디를 남긴다면.
“처음엔 상실감이 크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어떤 일도 안 되더라. 독한 마음을 먹고 이를 성장 계기로 삼아야 좋은 일이 따른다. 나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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