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상금왕 이보미 “난 아직 최고가 아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5시 45분


이보미. 스포츠동아DB
이보미. 스포츠동아DB
“그래봐야 난 세계랭킹 15위 선수
마음이 편해졌고, 우승도 따라와”


“나는 최고가 아니다.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

이보미(28)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년 연속 상금왕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일본 남녀 프로골프 통틀어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2억3049만7057엔)을 돌파하며 처음 상금왕에 올랐던 이보미는 올해 엄청난 부담 속에서도 상금왕 2연패를 달성했다. 21일 하루 쉬고 JLPGA 투어 시즌 최종전 리코컵챔피언십이 열리는 미야자키로 이동한 이보미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2016년을 돌아봤다.

20일 일본 에히메현에서 끝난 JLPGA 투어 다이오제이 에리에르 레이디스 최종 4라운드. 이보미는 공동 26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은 놓쳤지만, 상금랭킹 2위였던 신지애(28)가 공동 36위에 그치면서 2년 연속 상금왕(1억7411 만4764엔)을 확정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팬들이 이보미의 상금왕을 축하해줬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1시간 넘게 기다리던 팬들은 시상식이 끝난 뒤 이보미의 상금왕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

결과는 장밋빛. 그러나 2016년은 이보미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한 해였다.

“골프를 하면서 이렇게 힘들게 시즌을 보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이보미를 힘들게 한 건 기대였다. 지난해 워낙 대단한 성적을 거둔 탓에 올해도 거는 기대가 컸다.

이보미는 “부담을 갖지 말아야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워낙 기대를 많이 했고, 그러다보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 중반부터 상금랭킹 1위를 달렸지만 ‘2위로 끝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을 하게 됐고, 시즌 3승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4승을 하고도 편하지 않았다. 나에게도 우승은 쉬운 일이 아닌데 팬들은 더 많은 우승을 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감춰왔던 속내를 털어냈다.

이보미는 시즌 초반 12경기 연속 톱10으로 출발했다. 6월까지 4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지난해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때도 정신력으로 버텼다. 2016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 미국 LPGA 투어 병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그러다보니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시즌 초반엔 그럭저럭 버텼지만,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결국 9월 가장 기다렸던 일본여자오픈에서 체력 난조를 호소하며 기권하는 최악의 결과가 벌어졌다.

이보미. 스포츠동아DB
이보미. 스포츠동아DB

지칠 대로 지쳐있던 이보미에게 다시 힘을 불어 넣어준 건 ‘긍정’ 그리고 조범수 코치가 건넨 한 인터뷰 기사였다.

이보미는 “많이 힘들었지만 마음을 편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기다리면 다시 기회가 올 수 있고 혹시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마음을 비웠다. 스스로를 최고가 아닌 최고를 향한 선수라고 몸은 낮춘 것도 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됐다.

“솔직히 나는 1등은 아니다. 그래봐야 세계랭킹 15위의 선수다. 아직 더 올라가야 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편해졌고 다시 우승이 찾아왔다.”

스승 조범수 코치가 건네 준 청 야니(대만)의 인터뷰 기사도 이보미의 마음을 재정비하게 했다. 청 야니는 한때 109주 동안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최강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겨우 10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랭킹 1위 자리는 놓치면 깨질 듯한 유리 트로피였다”며 심경을 고백했다. 이 인터뷰는 이보미에게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게 했고, 스스로를 향해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며 한숨을 몰아쉰 그는 “체력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시즌 중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멘털(정신력)로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 겨울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확실해졌다”고 돌아봤다.

이보미는 골프선수로 ‘행복’을 꿈꾼다. JLPGA 투어 2년 연속 상금왕으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행복한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더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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