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라경(16·계룡고)은 천재야구소녀다. 그는 2015년 리틀야구에서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장충리틀야구장에서 홈런을 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해 열린 ‘2015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는 시속 110km의 빠른 공을 던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고, 올 9월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LG 후원 2016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여자야구월드컵’에서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으며 마운드에 올랐다. 이제는 여자야구하면 ‘김라경’이라는 이름이 떠오를 정도로, 한국여자야구의 미래로 성장하고 있다. 야구를 향한 그의 열정도 대단하다.
문제는 환경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여자야구는 불모지다. 대표팀이 모여도 생업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훈련할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어느새 고등학생으로 훌쩍 자라난 김라경은 현재 여자야구팀에 소속됐지만 그렇다고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그는 “야구를 하기 위해 지금까지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니까 공부마저 흥미가 떨어지는 느낌”이라며 “국가대표를 다녀와도 대회가 끝나고 나면 나는 평범한 여고생으로 돌아온다. 야구가 정말 하고 싶은데 한국에서는 훈련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라경은 한때 여자야구가 활성화한 일본으로의 유학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어린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그는 “한국에서도 야구선수로 이뤄놓은 게 아무것도 없는데 무턱대고 일본에 갔다가 거기서 방출이 되면 내 야구인생은 거기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달 동안 부모님과 상의를 했는데 아직 너무 어리기도 하고 한국에서 무언가를 이뤄놓고 넘어가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마음껏 야구를 하고 싶은 김라경의 간절한 바람은 야구학교가 풀어줬다.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와 함께 하는 야구학교에서 훈련환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라경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임호균 야구학교 감독은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앞으로 첨단시스템이 갖춰진 여기서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라경도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아직까지는 훈련을 하기 위해 대전에서 서울까지 왕복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는 “이름만 들어도 대단한 지도자들이 계신 곳에서 훈련한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설렌다”며 “재활센터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제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에 나보다 어린 여자선수들이 입단했다. 조금씩 여자야구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 같아 기분 좋다”며 “나도 좀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구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배워서 좀더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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