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야수진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전력 외 선수들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필수인원으로 내년 시즌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두산에선 이달 들어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3명의 타자들이 하나둘 짐을 쌌다. 21일 프리에이전트(FA) 내야수 이원석(30)이 삼성으로 이적한데 이어 바로 다음날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홍성흔(39)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두산은 내야수 고영민(32)에게 전력 제외를 통보했다. 내년 시즌에 함께할 뜻이 없다는 메시지였다.
이들 모두 한때 두산을 대표했던 타자들이었기에 그 의미는 남다르다. 홍성흔은 10년 넘게 팀을 상징했던 레전드였고, 고영민 역시 특유의 빠른 발과 수비범위로 ‘화수분 야구’의 선두를 차지했던 스타플레이어였다. 이원석은 앞선 두 명과 달리 타 팀에서 두산으로 넘어온 케이스지만 2009년 이적 후 건실하게 3루를 책임졌다. 그러나 이들은 내년 전력에서 모두 배제됐다.
이 같은 대폭 개각 뒤엔 젊은 선수들 위주로 전력을 구축하겠다는 김태형 감독의 의중이 담겨있다. 두산은 이미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마친 상태다. 내야는 허경민과 김재호, 오재원, 오재일 등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선수들로 진용을 짜놓았다. 외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건우와 김재환, 민병헌은 KBO리그에서 가장 젊고 빠른 외야진을 구성하고 있다. 양의지~박세혁~최재훈으로 이어지는 포수진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의 운영 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 두산은 주전 못지않게 탄탄한 백업 야수진을 보유한 팀이지만, 김 감독은 시즌 출발부터 마지막까지 주전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점수차가 벌어진 경기 막판에도 주전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경우는 현저히 적었다. 이러한 기조는 한국시리즈(KS)에서도 이어졌다. 두산은 16명의 야수들 가운데 단 12명만을 투입해 KS 우승에 도달했다. 당장 팀에 보탬이 될 선수들만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상대 NC가 17명의 야수들을 모두 활용한 점과는 대비를 이뤘다.
야수진 새판을 짜는 데 있어 20대 위주의 백업진 역시 중요한 고려대상이었다. 최주환과 국해성, 류지혁, 정진호 등 2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베테랑들이 치고 들어올 자리가 마땅치 않다.
김 감독은 23일 팀의 마무리훈련이 한창인 일본 미야자키로 향했다. 전력에 변화가 생긴 만큼 선수들을 직접 보고 내년 청사진을 미리 펼쳐보겠는 계획이다. 새판 짜기는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