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문을 열었지만, 24일까지 아직 계약은 2건뿐이다. 김재호(31)가 두산 잔류를 선택했고 '준척급' 이원석(30)이 삼성에 새 둥지를 틀은 게 전부다. 팬들이 기다리는 대어급 FA 선수들의 행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처럼 계약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비공식 에이전트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계약 전문가가 협상에 관여하면서 선수들도 더 나은 조건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믿고 기다릴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 규약에는 '누구든지 선수 계약과 관련해 선수의 대리인 역할을 담당하는 등 선수의 계약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돼있다.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에이전트 도움을 받는 선수가 적지 않다.
한 야구인은 "예를 들어 최형우(33)가 해외 구단과 계약 협상을 진행하면 당연히 에이전트 K씨의 도움을 받을 거다. 그런데 삼성 등 국내 구단과 협상할 때는 K씨한테 빠지라고 하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원석이 삼성과 계약한 뒤 인터뷰를 진행한 곳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에이전시 사무실이었다.
올해부터 원소속구단과의 우선 협상 기간이 없어진 것도 에이전트들의 활동 무대를 넓혀주는 요인이 됐다. 덕분에 에이전트가 구단과 구단 사이를 오가면서 다양하게 협상 카드를 꺼낼 수 있게 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우선 협상 기간에 계약을 맺지 못하면 선수를 놓칠 것이라는 걱정이 컸다. 그 때문에 우선 협상 기간 1주일이 끝나 갈 때면 어쩔 수 없이 '오버 베팅'을 하는 일도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 다른 구단 상황도 봐가면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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