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다” NC 김경문 감독(오른쪽)이 26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끝낸 뒤 나성범의 얼굴을 만지며 격려하고 있다. 그는 “잠재력을 가진 선수를 주전으로 만드는 게 감독이지만 그 선수가 안주하지 못하게 또 다른 선수를 발굴하는 것도 감독 몫”이라고 말했다. 창원=임보미 기자bom@donga.com
프로야구 NC는 26일 마산구장에서 2주 동안의 마무리 훈련을 끝냈다. 이날 오전 러닝으로 모든 공식 훈련이 끝나자 김경문 NC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함께 61명의 선수 한 명 한 명과 악수한 뒤 이렇게 말했다.
“프로니까 이제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해도 돼. 그런데 야구를 잘하고 싶으면 일단 전 경기를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해. 올해 여러 일들로 프런트가 정말 고생했다. 더 이상 사고가 터지면 용납할 수가 없어. 감독이 아니라 야구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느끼는 책임감 때문이야. 야구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야구 선수로서 기본 도리를 지켜야 돼. 그래야 우리 NC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다시 사랑받는 팀이 될 수 있어.”
올해 NC는 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경사’와 동시에 승부조작 연루 등 각종 사건사고로 창단 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감독이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며 사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하지만 NC와 김 감독은 3년 재계약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이렇게 마음이 편치 않았던 재계약은 없었다고 했다. “팀에서 일도 많았고 감독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한 번 더 구단에서 기회를 줬다. 팀이 아픈데 나 혼자 편해지자고 떠나는 게 답은 아니더라. 어려울 땐 한곳에 마음을 모아야 된다. NC를 더 좋은 명문 팀으로 만들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사인했다.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크게 느껴진다.”
그의 등번호는 ‘74’다.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행운의 숫자(7)와 꺼린다는 불행의 숫자(4)의 조합이다. “살아보니 좋은 것과 나쁜 건 가까이 있더라. 좋다고 기뻐해도 언젠간 나쁜 일이 오고, 나쁜 일이 있다고 너무 좌절할 필요도 없고. (항상 승패를 겪어야 하는) 스포츠에서는 이런 일이 워낙 가까이 있으니 늘 잊지 않으려고 한다.” NC의 올해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기쁨은 기쁨대로 어서 잊고, 아프고 잘못된 부분은 더 깊이 반성해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그는 감독이 아닌 선배로서 책임을 말했다. “그간 성적 내고, 또 감독 계약하면서 정신없이 지냈다. 하지만 평가는 떠나서 받는 거다. 세월이 흘러서, 팀을 떠나서 ‘그 감독 있을 때 팀을 잘 만들었다’는 소리가 나와야 한다. 이제 나머지 재임 기간은 감독이 아닌 큰형으로, 때론 아버지로, 때론 선생님같이 선수들을 이끌어가고자 한다.”
마무리 캠프 내내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을 관찰한 김 감독은 팀 컬러의 변화도 예고했다. “그간 고참들이 NC의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좀 더 비전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눈을 돌려볼까 생각한다. NC를 한 꺼풀 더 벗기는 시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감독으로 준비하는 14번째 시즌이지만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내가 이 짧은 시간에 선수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다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경솔한 일이다. 젊은 혈기에 뭣 모르고 감독 할 때는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빨리 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의 자질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좀 더 애쓰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후배가 야구의 꿈을 펼칠 수 있게 장을 열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2011년 창단부터 1군 진입, 첫 가을야구, 첫 한국시리즈까지 NC의 모든 영광의 순간을 함께해 온 김 감독은 그렇게 NC가 최근 직면한 어려움도 함께 헤쳐 나갈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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