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제국(왼쪽에서 세 번째)이 2016시즌 토종에이스로서, 그리고 주장으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류제국이 동료투수들과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이런 주장 또 없다. LG 류제국(33)의 얘기다.
류제국은 2016시즌을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올 시즌 29경기에 나와 13승11패, 방어율 4.30을 기록했다. 13승은 국내 복귀 후 최다승이다. 비록 전반기 무릎수술 여파로 인해 17경기에서 5승9패, 방어율 5.09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후반기 12경기에서 8승2패, 방어율 3.25를 기록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도왔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가을야구에서 어깨통증을 참아가며 매 경기 호투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쉽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시즌 초반 좀더 잘 했다면 세부 스탯(Stats)이 더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며 “매년 공을 던지면서 뭔가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는데 올해 특히 내 투구밸런스가 아니었던 것 같다. 시즌 내내 느낌은 안 좋았는데 결과는 좋게 나와서 좀 신기했다”고 말했다.
류제국은 “신기하다”고 했지만 그 뒤에는 남모를 노력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밸런스가 좋지 않자 자신에게 맞는 투구폼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시즌 중반에는 잭 그레인키(33·애리조나)의 폼에 빠져 있다가, 후반기에는 더스틴 니퍼트(35·두산)가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다. 그는 “니퍼트가 왼다리를 내려놓고 던진다. 그렇게 해봤더니 제구를 잡기 쉽더라.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잘 형성됐다”며 “(정)상호 형도 그렇고 (유)강남이도 ‘딜리버리’를 천천히 하는 게 좋다고 해서 계속 유지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LG 류제국. 스포츠동아DB 물론 만족은 아니다. 류제국은 “투수는 더 힘 있는 공, 더 완벽한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욕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공 던지는 건 앞으로도 마음에 안 들 것 같다”고 웃었다. 주장으로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개인성적 좋고, 팀 성적이 좋으면 최고의 주장이라고 하는데 막상 해보니 역할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오히려 “(오)지환이, (윤)지웅이 같은 중고참들이 역할을 잘 해줬고 선배들, 후배들이 주장을 많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가 났다”고 공을 돌리기 바빴다. 류제국은 끝까지 겸손했지만, 그가 툭 던진 말 한 마디에서 주장으로서 어떻게 팀을 이끌었는지 드러났다.
“후배들이 (안)익훈이 빼고는 절 다 형으로 불렀으니까요. (임)정우랑 내가 8살 차인데….(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