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대표적인 팀 스포츠다.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리시브가 불안하면 세트플레이가 어려운 것과 상대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면 득점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28일까지 올 시즌 선두(8승3패·승점 21)를 달리고 있는 한국전력은 배구가 팀 스포츠인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각 포지션에서 개인기량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토탈 배구’를 실현한 것이다. V리그 출범 원년(2005년) 이후 승률 5할에 도달한 시즌이 2차례(2011~2012·2014~2015시즌)뿐이었던 한국전력의 올 시즌은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리베로 오재성이 지키는 수비라인이 탄탄하고, 윤봉우가 합류한 센터진은 생각보다 더 강력해졌다. 세터 강민웅의 토스워크도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전광인~서재덕~아르파드 바로티의 삼각편대가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가능케 한다.
기록에 드러난 득점분포도 이상적이다. 팀 득점 1위(1051점)인데, 득점루트도 다양하다. 공격으로 618점, 블로킹으로 133점을 따냈다. 서브(25점)의 비중이 다소 떨어지지만, 다양한 공격패턴(오픈 216·퀵오픈 151·후위 124·속공 98·시간차 29득점)을 통해 불안요소를 상쇄했다.
블로킹은 한국전력의 상승세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지표다. 윤봉우가 꾸준히 블로킹 1위(세트당 0.745)를 유지하고 있는데, 높이가 강화되니 득점확률도 그만큼 높아졌다. 윤봉우와 방신봉의 블로킹 감각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평가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윤봉우가 오면서 센터진에 안정감이 생길 것으로 기대는 했는데, 각자 맡은 역할을 잘해주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윤봉우도 “운동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비득점부문 순위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트(세트당 12.809)와 수비(세트당 19.468) 1위, 리시브(세트당 10.929)와 디그(세트당 8.915) 2위다. 이는 득점까지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졌단 증거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이 아닌 ‘팀 배구’를 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셈이다. 2015~2016시즌만 해도 승부처에서 무너지기 일쑤였던 세터 강민웅은 명세터 출신 신 감독의 집중조련을 통해 주전세터의 모양새를 갖췄다. 올 시즌 세트 1위(세트당 11.830)다. 신 감독은 “항상 (강)민웅이를 붙잡고 ‘재미있게 배구하라’고 주문한다. 세트 1위는 많은 경기 출장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자신감을 가질 만한 지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