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V리그 남자부는 삼성화재 천하다. 성적이 중위권인데,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각 팀 감독의 면면을 보고 하는 말이다. 사령탑만 놓고 보면 삼성화재 OB 모임이다. 총 7개팀 중 5개팀 감독이 삼성화재 출신이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을 비롯해 신영철(한국전력), 최태웅(현대캐피탈), 김세진(OK저축은행), 김상우(우리카드)감독의 뿌리가 같다. 이런 상황을 가장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가 바로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이다. 모두 신 단장의 제자다. 신 단장은 “삼성화재 출신들은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면서 “모두가 다 자기 색깔이 있다”고 전했다. 특유의 색깔에 대해 신 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신영철 감독은 전술에 능하다. 한국의 역대 3대 세터에 들어갈 정도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전술이 많지 않지만, 깔끔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김상우 감독은 팀을 통솔하는 데 있어 기강이나 원칙이 분명하다. 김세진 감독은 통이 큰 사람이다. 배짱도 있고, 잘 이해하고 넘어간다. 쿨한 면이 있다. 최태웅 감독은 섬세하고 기술적이다. 선수 때도 굉장히 꼼꼼했다. 아울러 실험정신이 있었다. 우리 팀의 임도헌 감독은 선수 때도 나와 대표팀에서 오래 같이 했는데, 뚝심이 강하다. 지나고 보니까 결국 선수 때 컬러가 감독 때도 그대로 가더라. 그걸 보니까 재미있더라. 선수 때 색깔이 그대로 나온다.”
한번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법. 팀을 떠난 뒤에도 자주 만난다. 지난 시즌에는 우승했다고 김세진 감독이 한턱 쏘았다. 서로가 챙겨주는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 신 단장은 “후배들에게 어려울 때 참고 견디라는 조언은 해준다. 연패에 빠졌을 때는 위로 전화를 해서 버티면 기회가 온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상대팀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뭔가 더 큰 것을 알려주면 안 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