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0일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에서 김응용(75) 야구학교 총감독이 초대 회장으로 당선되자 야구계는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선수로, 감독으로, 구단 사장으로, 한국야구사의 전설을 만들어온 김 신임 회장이 반목과 질시, 내분에 휩싸인 아마추어 야구계를 하나로 묶고 통합시대의 새 비전을 만들어나갈 적임자로 판단하고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야구계는 통합회장 선출이라는 하나의 산은 넘었지만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김 회장 체제를 지지한 야구인도 그래서인지 “이긴 건 이긴 거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걱정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새 회장이 선출되면 이튿날부터 곧바로 새 체제 아래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대한야구협회는 3월에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한마디로 ‘사고단체’로 전락한 채 표류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체육계에서 야구가 갖는 비중은 물론,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지금 사태는 부끄럽기 그지없는 자화상이다.
야구계는 당장 관리단체에서 벗어나는 작업부터 시도해야한다.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준을 받아야 본격적인 출발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단 대한야구협회 관리위원회가 7일쯤 회의를 열고 향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정관상 대의원총회에서만 임원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시총회 날짜를 잡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서 임원을 구성하고 대한체육회에 관리단체 해제를 요청하게 된다.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이를 정식 안건으로 다루고 관리단체에서 해제시키면 비로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독자적인 기구로 기능을 하게 된다.
관리단체에서 벗어나게 되면 무엇보다 야구와 소프트볼을 통합한 조직도를 제대로 그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처럼, 사심 없이 야구에 봉사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을 기용하는 것이 ‘김응용호’가 성공적으로 출발하는 첫 번째 화두이자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터이다.
‘야구 대통령’은 뽑았지만 갈 길이 구만리다. “한다면 한다”고 외친 승부사 김응용의 약속이 실현되길 야구계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