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제곡 ‘나타나’(노래 김범수)의 첫 구절이다. 이 구절은 프로야구 LG의 최고참 박용택(37)의 응원곡으로도 쓰이고 있다. 2002년 프로에 데뷔해 15년 동안 LG의 중심이었던 박용택에게 올 시즌은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많이 남는 시즌이었다.
○ 팀은 200%, 나는 80% 실력 발휘
박용택은 올 시즌 176안타(타율 0.346), 90타점을 올렸다. 개인 통산 한 시즌 가장 많은 안타와 타점이었다. KBO리그 역대 6번째로 개인 통산 2000안타(2016시즌까지 2050안타)도 돌파했다. 단일 구단 개인 최다안타기록도 깼다.
하지만 박용택은 “팀은 200% 능력 발휘를 했지만 나는 80%다. 타격은 시즌 전 구상에 10%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작년 시즌 양준혁 선배처럼 팔을 크게 뻗는 스윙을 해보면서 장타가 많이 나오겠구나 싶었지만 올해 시작부터 잘 안 됐다”며 “그 뒤로는 타석에서 한 번이라도 아웃을 덜 당하자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플레이오프 NC전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며 “1승 2패로 뒤진 4차전 0-0이던 3회말 무사 만루에서 친 병살타가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 그는 “내가 항상 최고의 포수라고 말해주는 NC의 (김)태군이에게 당했다. 예전 박경완 선배(SK 코치)가 ‘투수 공을 알아도 못 칠 것’이라며 타자들을 흔들었던 것처럼 태군이가 나를 흔들어 놓았다. 공만 보고 쳐야 할 타자가 포수 머릿속을 신경 쓰니 타이밍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 리빌딩 성공? 아직 멀었다
올 시즌 LG는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줄면서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걱정이 크다. 순간 반짝하는 선수를 숱하게 봤기 때문이다. 그는 “3할을 친 (채)은성이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리빌딩이 잘돼서 내년에 좋아질 것이라고요? 야구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더 치열하게 자기 계발을 해야 할 것”이라며 경계했다.
그는 “(이)병규 형이 얼마 전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아’라고 문자를 보내 왔어요. 저도 옛날 잘나갈 때 사진 보고 싶고 착잡하더라고요. 나이가 많으면 후배에게 자리를 비켜 줘야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 거꾸로 후배들에게 누가 비워주는 자리는 의미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박혀 있는 돌을 꺼낼 때 내가 비로소 존재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내년 시즌에는 자신을 더 혹독하게 채찍질할 생각이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박용택은 이제 안 될 거야’라고 말하는 기록이 있다. 2012년에는 ‘박용택은 도루는 더 이상 못할 것’이라고 해 그해 도루 30개를 했다. 작년에는 장타율 5할을 달성했고, 올해는 안타를 무조건 많이 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지금의 신체 능력과는 상관없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쳐 보는 게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LG는 LG다
박용택은 2002년 준우승 이후 2013년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기까지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고 했다. 그는 “4강에 매년 못 가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팀 선수들이 LG가 안 되는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며 “LG는 두산을 쫓아 해서는 안 된다. LG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선수가 계속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도 ‘박용택 너 뭐하는 거야’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내년 시즌 개인 기록에 대해서는 예감이 좋다고 했다. 자신이 제일 까다로워했던 투수들이 해외 이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양)현종(KIA)이처럼 왼손 투수이면서 예측이 어려운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약한데요. 현종이가 외국으로 나가면 저한테 호재겠죠. 타율이 1푼은 올라갈 듯합니다. 빨리 해외 진출해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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