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웅은 올 시즌 V리그에서 국가대표 출신 세터들을 제치고 세트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강민웅이 지난달 우리카드와의 경기 때 팀이 득점에 성공하자 포효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국내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서 지난 시즌까지 7시즌 동안 세트 부문 1위는 유광우(삼성화재)와 한선수(대한항공)가 나눠 가졌다. 유광우가 4번, 한선수가 3번을 차지했다. 1985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2007∼2008시즌 신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나란히 프로에 발을 들여놓은 뒤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하지만 올 시즌 최고의 세터는 유광우도, 한선수도 아닌 연습생 출신의 강민웅(한국전력)이다. 강민웅은 1일 현재 세트당 평균 11.6개의 세트를 성공시켜 이 부문 1위다. 유광우(11.5개)는 2위, 한선수(10.3개)는 5위다.
역시 1985년생인 강민웅도 2007∼2008시즌 신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유광우, 한선수와는 처지가 달랐다. 유광우는 삼성화재가 1라운드 2순위로, 한선수는 대한항공이 2라운드 2순위로 지명했다. 그러나 강민웅은 어느 팀으로부터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강민웅은 연습생으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당시 유광우는 연봉 1억 원, 한선수는 연봉 6000만 원에 계약했지만 연습생인 강민웅은 1800만 원을 받았다.
올해로 프로 10년 차인 강민웅은 한국전력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배구 인생에서 봄날을 맞고 있다. 2014년 1월 삼성화재에서 대한항공으로 트레이드된 강민웅은 작년 12월 다시 한국전력으로 팀을 옮겼다. 선수 시절 월드리그에서 세터상을 두 번이나 받는 등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린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이 평소 눈여겨보던 강민웅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이었다.
강민웅은 대한항공 시절 후보 선수로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신 감독은 그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조금만 다듬으면 쓸 만한 세터로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 삼성화재에서 유광우에게, 대한항공에서 한선수에게 밀려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던 강민웅은 신 감독을 만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강민웅은 “감독님은 정말 세밀하게 가르친다. 토스할 때의 손 모양, 스텝 하나하나까지 얘기해 준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토스할 때의 볼 컨트롤과 같은 기술적인 조언뿐 아니라 상황에 따른 토스 배분, 팀 공격수와 상대 블로커의 위치 파악 등 경기 운영에 대해서도 깨알 같은 지시를 내린다. 이런 신 감독을 만나 강민웅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자신의 토스가 나빠도 공격수가 때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무조건 공격수의 타이밍에 맞는 토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강민웅은 지난 시즌 중반에 팀에 합류해 공격수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충분한 준비를 거쳐 시즌을 맞았다. 팀의 주장도 맡았다. 강민웅의 토스가 빛을 발하면서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한국전력은 올 시즌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그동안 국가대표 세터가 있는 팀에서 백업 세터로 지낸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강민웅은 올 시즌 한국전력의 키 플레이어가 됐다.
한편 1일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우리카드를 3-1(22-25, 25-19, 25-17, 25-19)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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