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美? 日? 韓? 꽃놀이패 쥔 양현종-차우찬 ‘행복한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6일 03시 00분


양현종
 미국으로 갈 수도 있고, 일본에 진출할 수도 있다. 국내에 남는다면 원소속 팀에 잔류할 수도,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 양현종(28·KIA)과 차우찬(29·삼성)이 ‘꽃놀이 패’를 쥐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빅3’ 투수 중 한 명인 김광현(28)은 지난주 SK와 4년간 85억 원에 계약했다. 남은 ‘빅2’ 양현종과 차우찬은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될까. 사실 이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곳은 정해져 있다. 일본이다.

 두 선수의 궁극적 목표는 메이저리그다. 하지만 냉정히 볼 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이들에게 연간 수백만 달러를 안기면서 계약을 해 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메이저리그는 몸값으로 위치를 보여 주는 곳이다. 몸값이 싼 선수들은 기회를 얻기조차 힘들다. 올해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로 시애틀에 입단해 메이저리거가 된 이대호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도전 정신은 높이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메이저리그로 가는 차선책은 일본 프로야구를 통하는 것이다. 일본에 가면 소중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2년 계약을 하면 2년 후 다시 FA가 된다. 2년 후 양현종은 30세, 차우찬은 31세이다. 여전히 최전성기의 나이다. 반면 국내에 남으면 4년 계약을 하게 되고 다시 자유의 몸이 될 때는 32세와 33세가 된다. 전성기의 2년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든 가치가 있다.

 일본을 메이저리그로 가는 디딤돌로 삼은 대표적 선수는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다. 그는 한신에서 최고의 마무리로 2년을 보낸 뒤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불펜 투수인 그가 처음 해외 진출 자격을 얻었을 때만 해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의구심 가득 찬 눈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한국을 평정한 ‘돌직구’가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적극적인 영입 경쟁을 펼쳤다. 양현종과 차우찬에게도 일본에서의 활약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눈길을 잡아 끌 ‘쇼케이스’가 될 수 있다.

차우찬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돈이다. 예전과 달리 일본은 이제 돈을 보고 가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국내에 남으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 한국에서 이들의 몸값은 4년 100억 원에서 출발한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옵션 등을 합치면 금액은 더 늘어나고, 경쟁이 붙으면 몸값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본 구단들은 점점 씀씀이를 줄이는 추세다. 3년 전 이맘때 오승환은 한신과 2년간 최대 9억 엔(약 93억 원·계약금 2억 엔, 연봉 3억 엔, 옵션 1억 엔)에 계약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 구단들은 처음 입단하는 외국인 선수에게 적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연봉 2억 엔을 주겠다는 구단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 에이전트는 “한국의 FA 시장은 일본 구단들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 버렸다. 예전에 일본이 돈을 벌기 위해 오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도전하기 위해 선택하는 곳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시작된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8일 끝난 뒤 일본 구단들은 양현종과 차우찬에 대해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할 예정이다. 금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이들은 국내에 남을 공산이 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자유계약선수#fa#양현종#차우찬#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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