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세 나라 프로야구에서 한 팀이 올린 경기당 평균 득점입니다. 한국만 유독 점수가 많이 납니다. 경기당 5.61점은 2014년(5.62점)에 이어 프로야구 35년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기록입니다. 지난해에도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경기당 평균 5.28점을 뽑았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타고투저가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요?
○ 바빕신을 소개합니다
원래 야구에서 득점을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요소는 홈런입니다. 홈런은 치면 바로 점수가 올라가니까요. 한미일 3개국을 비교해 보면 득점이 가장 적은 일본이 경기당 홈런 수(0.80개)도 가장 적습니다. 그런데 한국(1.03개)과 메이저리그(1.16개)는 거꾸로 득점이 적은 메이저리그가 홈런은 더 많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홈런보다 영향력이 더 큰 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필드 안에 타구를 때렸을 때 타율을 나타내는 BABIP(Batting Averages on Balls In Play)입니다. 국내 야구 마니아들은 이 기록을 글자 그대로 ‘바빕’이라고 읽는 일이 흔합니다. 이 기록은 행운이 좌우하는 일이 많다는 통념이 강해 ‘행운의 여신’처럼 ‘바빕신(神)’이라는 표현도 씁니다.
2001년 이후 16시즌 동안 프로야구 기록을 분석해 보면 BABIP가 홈런보다 득점에 끼치는 영향력이 40% 높게 나타납니다. 올 시즌 리그 평균 BABIP는 0.329로 역대 최고였습니다. 역대 2위는 리그 득점이 최고였던 2014년(0.328)이었고, 3위는 지난해(0.323)였습니다.
BABIP를 계산할 때는 안타에서 홈런을 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결국 홈런을 제외한 안타가 늘어 득점도 늘어난 겁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뭘까요?
○ 바빕신은 왼손 타자를 좋아해!
왼손 타자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왼손 타자는 기본적으로 1루하고 두 걸음 정도 가까운 쪽에 들어서기 때문에 안타를 때릴 확률도 그만큼 올라갑니다. 그 결과 21세기 들어 오른손 타자가 BABIP 0.302를 기록할 때 왼손 타자는 0.320으로 2푼 가까이 높았습니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왼손 타자(스위치 타자 포함)가 타석에 들어선 비율은 역대 최고인 41.8%입니다. 프로 원년(1982년)에 이 비율은 현재의 3분의 1 수준인 13.4%가 전부였습니다. 왼손 타자가 늘어난 건 타격할 때만 왼손잡이가 되는 우투좌타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1989년에는 KBO에 우투좌타로 등록한 선수가 김상우(50·당시 롯데) 한 명뿐이었는데 올해는 86명이 우투좌타였습니다.
‘만들어진’ 왼손 타자는 정확도를 얻는 대신 장타력은 손해를 보는 일이 많습니다. 익숙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힘을 써야 하니까요. 왼쪽 타석을 선택하는 유망주가 늘면서 오른손 거포도 귀해졌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만 25세 이전에 1군에서 홈런을 20개 이상 때린 오른손 타자는 2012년 최정(26개·SK), 같은 해 강정호(25개·당시 넥센), 올해 김하성(20개·넥센) 등 3명뿐입니다. 2002∼2006년에는 11명이 같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KBO는 14일 리그 발전 포럼을 열어 ‘타고투저 현상과 해결 방안’에 대해 논한다고 합니다. 타고투저가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이 자리에서 우투좌타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논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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