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28)이 해외진출의 꿈을 접고 국내, 그것도 KIA 잔류를 선언했다. KIA 외에 다른 팀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 선수가 먼저 패를 보여준 상황에서 KIA는 어떤 조건을 제시할까.
양현종은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의 제안(2년 총액 6억엔)이 밝혀진 9일, 아내와 부모님 등과 함께 늦은 시간 가족회의를 했다. 자신의 거취를 상의하는 자리에서 양현종은 최종적으로 KIA 잔류를 결정했다. 요코하마가 10일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해 9일 밤 최종 거취를 결정했다.
외국인선수 영입 시 대체적으로 초기 연봉을 낮게 책정하는 일본이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한 의지가 강한 요코하마는 양현종을 1~2선발로 보고 최고의 제안을 했다. 라쿠텐과 오릭스도 협상에 임했지만, 액수에서 밀렸다. 11월 말 일본으로 출국해 직접 현지의 관심을 확인한 양현종은 국내 잔류를 결정하며 “좋은 제안을 해준 요코하마에 미안하다”고 털어놓았다.
가족들의 설득 외에도 김기태 감독의 메시지에 마음이 움직였다. 김 감독은 양현종과 요코하마의 협상이 한창일 때 ‘내년에 함께 우승에 도전해보자’는 뜻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했다. 고향팀 KIA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양현종에게 잔류에 대한 ‘명분’이 생겼다.
스토브리그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KIA는 에이스 양현종만 잔류한다면, 순식간에 ‘우승후보’로 도약할 전력이라는 평가다. 이번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4년 총액 100억원을 들여 새로운 4번타자 최형우(33)를 영입했다. 내부 FA 나지완(31)도 4년 40억원에 잔류시켰고, 최정상급 외국인투수 헥터 노에시와의 재계약을 포함해 외국인선수 3명에게 총 345만달러(약 40억원)를 썼다.
FA에 140억원, 외국인선수까지 포함 180억원을 투자했지만, 큰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KIA는 그동안 양현종의 해외진출 의지를 존중해 구체적인 조건 제시를 하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열린다. 10일 한 결혼식 자리에서 만나 서로 의향을 확인한 양측은 12일 공식적으로 첫 협상을 하기로 했다. 구단 측은 “최형우 영입과 양현종 잔류는 별개”라며 별도의 액수를 책정해놨다고 말해왔지만, 양측이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발표액이 100억원이었던 최형우나 FA 시장의 또 다른 왼손투수 차우찬(29)을 뛰어넘는 최고대우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시장의 평가도 양현종의 레벨이 더 높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액수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KIA가 양현종과 계약을 한다면, 지난해 한화(191억원)를 넘어 단일 시즌 FA 최고액 지출팀에 등극하게 된다.